HOME 오피니언 사설·칼럼
[김웅식의 저공비행] 장수명 아파트 단상(斷想)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몇 해 전에 만난 전영세 스카이시스템 대표는 “아파트 화장실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친환경아파트 주거 환경의 필수기술인 벽면배관 보급에 힘쓰고 있다”면서 “고층 아파트일수록 재건축이 힘들어지는 상황 속에서 오래 가는 아파트 건설을 위해 화장실 벽면배관공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아파트의 짧은 수명은 비효율을 낳는 요인이다. 30년마다 구조상으로 멀쩡한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은 엄청난 자원낭비다. 투기와 집값 폭등 등 재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100년 이상 가는 아파트를 충분히 지을 수 있다. 그럼에도 수명 짧은 아파트만 지어 매년 막대한 경제ㆍ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기존 아파트는 윗집 배관이 화장실 바닥 슬래브를 관통해 아랫집 천장에 위치하는 층하배관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윗집 화장실 소음이 아랫집으로 그대로 전달되면서 층간소음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화재 시 화염의 통로가 되는 등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아파트 수명은 나라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영국의 아파트 평균수명은 128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두 번째는 독일(121.3년)이며, 프랑스(80.2년)와 미국(71.9년)도 긴 편이다. 일본도 54.2년인데 한국은 28.8년(2010~2015년 평균)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명이 짧은 이유는 무얼까. 기술적으로는 건축물의 설계구조가 다르다. 우리는 벽식구조로 짓는다. 기둥이 없고 벽이 기둥 역할을 대신하는 구조다. 영국 등의 아파트는 기둥식 구조다. 기둥과 보가 무게를 지탱하고, 벽은 공간을 나누는 역할만 한다. 벽을 허물고 수리하기가 편리하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도 꼽힌다. 장수 아파트를 지으면 단기적으로 공사비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건축 수요도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사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아파트를 주거 목적보다는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수요자들의 인식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 새 집을 사서 값이 오르면 처분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장수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주택의 장수명화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30년마다 재건축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재건축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 환경파괴, 사회적 갈등(재건축에 대한 찬성/반대)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강력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집수리가 발달한 서구의 경우 습식(시멘트)이 아닌 건식으로 짓는 집이 많다. 배관이 노출되어 있어 고장 나면 갈아 끼우면 된다. 한국은 습식온돌을 써서 난방 배관이 시멘트 바닥 속에 있다. 배관이 고장 나면 바닥을 다 깨야 한다. 내 집 바닥이 아랫집 천장이 되는 아파트에서 어려운 공사다. 화장실의 각종 오수 배관도 아랫집 천장 속에 있다. 역시 고장 나면 아랫집 천장을 뜯어야 한다. 벽식 구조인 탓에 벽을 허물어 공간을 바꿀 수도 없다.

스카이시스템의 층상벽면배관공법은 이러한 기존 기술의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했다. 욕실 기술에 속하는 층상벽면배관공법은 배관이 아파트 화장실 바닥이 아닌 선반식 벽체 안에 노출되도록 설치하는 기술이다. 배관을 뚫거나 바닥에 묻지 않고 벽면 패널만 열어도 화장실 배관의 점검 및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화장실 구조 변경도 손쉽기 때문에 장수명주택의 기본 가치인 리모델링이 편한 구조에도 부합한다.

지난해 입주를 한 세종 블루시티에는 특별한 아파트 116가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내구성, 가변성, 수리 용이성 등의 장수명 주택성능등급을 인증 받은 아파트다. 콘크리트와 철근 등 자재의 내구성을 높이고, 배관설비 공간을 분리해 건축물을 부수지 않고도 설비 교체가 가능하다. 아파트를 건립할 때는 건축공사비가 일부 증가하더라도 추후 몇 번의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건설한 장수명 주택인 것이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