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깊어진 신세계, 수익성 회복·내실경영으로 ‘이마트 재건’ 집중

(왼쪽부터 각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전경,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진=이마트, 이미지 편집=김주경 기자]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를 주축으로 보여줬던 경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내부적으로 추진해왔던 전문점 사업에서 실적이 저조해 타격이 컸던 영향이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외부에서 강희석 대표를 영입해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개편해 이마트 재건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는 등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의 최근 사업성과는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다. 지난 2017년 영국에서 인수한 H&B스토어 부츠는 문을 연 지 3년 만에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2018년 야심차게 선보인 일본 돈키호테 한국판 ‘삐에로쑈핑’ 역시 매년 수십억 적자난에 시달리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한다. 가전 매장 일렉트로마트 등도 전문점으로 전환해 수익성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마트는 최근 올해 10월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전 파트너를 대표로 영입해 이마트 재건에 나섰다.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한 것은 창립 26년 만에 처음이다.

MBA 출신의 강희석 대표는 이마트의 사업과 관련된 컨설팅을 여러 건 담당해 내부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미국에서 아마존의 등장 이후 위기에 빠졌던 월마트의 생존 전략을 컨설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마트는 강희석 대표체제로 전환한 이후 지난해 12월 사업재편 계획을 발표했다.

이 내용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투자해왔던 전문점 사업이 재편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부적으로는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외에 나머지 두 전문점의 성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마트 매장 조감도. 사진=이마트

이마트, 노후점포 30% 이상 리뉴얼·상품경쟁력 강화

이마트는 우선 올해 기존 점포의 30% 이상 리뉴얼에 나선다. ‘고객의 발걸음이 향하는 매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강 대표가 내세운 주요 키워드는 ‘고객 관점의 이마트’다. 고객 지향적 상품과 가격 제공해 고객이 오래 체류하고 싶은 매장으로 변화시킨다는 복안이다.

첫 대상은 월계점이다. 식료품 MD와 식음 브랜드를 강화하고, 최신 트렌드에 맞는 테넌트(우량 임차인)를 유치해 그로서리와 몰(Mall)이 결합된 복합매장 형태로 시험 운영이 이뤄진다.

이번 조직개편에는 상품(MD) 경쟁력도 확보한 점도 두드러진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식품) 본부와 비식품본부로 이원화했다.

그로서리 경쟁력을 높이고자 식품본부 내 신선담당을 신선1담당과 2담당으로 나눠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쓱데이 등 초저가 전략을 펼친 결과 어려운 경영환경임에도 매출·집객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다각적으로 상시 초저가제를 시행하는 한편 선택과 집중전략을 통해 기존 점포와 전문점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서울 서초구 삼성동 코엑스 내에 입점한 삐에로쑈핑 강남점 매장. 사진=연합뉴스

강희석 대표, 이마트 재건이 우선…“돈 안되는 사업 접어야”

다만 수익성 제고는 이마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마트에 따르면 삐에로쑈핑을 포함해 부츠,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 사업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연간 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악화된 전문점은 영업을 종료하고 점포별로 효율이 낮은 매장은 폐점에 나설 계획이다. 돈 안 되면 과감히 접겠다는 얘기다.

‘삐에로쑈핑’ 철수가 가장 뼈아프다.

이마트는 현재 운영 중인 서울 강남점, 동대문점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7곳 삐에로쑈핑 매장은 현재 철수한 상태다.

이마트는 지난 2018년 5월 삐에로쑈핑 출점을 앞두고 “1년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준비했다”는 야심작은 1년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는 오명을 남긴 채 사라지게 됐다.

그간 적자 확대에도 방문객 수 증가세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던 이마트가 사실상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이마트의 두 번째 도전이었던 H&B스토어 ‘부츠’도 효율화 대상이다.

부츠 매장은 지난해 7월 기준 33곳에서 15곳으로 감소했다. 1년 새 18곳 매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올해에도 추가 폐점이 점쳐진다. 이마트가 부츠의 점포별 수익성 분석을 통해 효율 경영을 극대화하겠다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부츠' 로드숍 매장 모두 문 닫는 대신 계열사 유통 채널을 활용해 올 하반기 내 이마트 내 '부츠' 상품을 입점시키거나 신세계TV쇼핑·신세계면세점 등으로 판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H&B스토어 성장추세인 것은 맞지만 해당 사업 부문 역시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다”며 “타 경쟁업체들의 추가 출점은 여전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온오프라인 시너지가 확대될 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이마트 내에 입점한 일렉트로 마트 입구 전경. 사진=이마트

수익성 중심 사업 재편…일렉트로마트·피코크 등 PB브랜드 강화

한편 사업성이 높은 전문점의 상품과 브랜드는 경쟁력을 강화해 해외 진출 추진 등 시장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일렉트로마트와 자체 PB브랜드인 ‘피코크’다.

사업성이 높은 ‘일렉트로마트’는 변화가 예상된다. 이 매장은 20~30대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어 매장 내 '키 테넌트(상가나 쇼핑몰에 고객을 끌어 모으는 핵심 점포)'로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13곳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내년에도 10곳 매장을 추가 오픈할 방침이다.

다만 기존처럼 문어발식 확장형태로 매장을 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문점은 높은 임차료 등으로 수익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경영효율성을 꾀하고자 지역별 매장을 통·폐합해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둘 방침이다. 지난 11월 죽전점과 상권이 겹친 판교점을 폐점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노브랜드 프랜차이즈는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 1호점을 개관한 데 이어 그해 12월 필리핀 산 페드로지역의 '로빈스 사우스 갤러리아 몰'에 필리핀 2호점을 열었다. 내년에는 필리핀에 8곳 매장이 추가로 들어선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사업 재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마트의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마트 자체상표 브랜드인 ‘피코크’의 외부 채널 위탁판매권을 확보해 그룹 계열사를 넘어선 외부 판매를 강화한다. 단체급식, 외식 등 식음사업과 식품 제조·유통 등의 식품유통 핵심축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에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사업 재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마트의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면 된다”며 고 설명했다.

이어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계가 희미해져 가는 상황에서 두 가지 다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며 “오프라인 마트도 어렵고 이커머스도 매출규모 대비 저조한 실적을 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둘을 어떻게 아우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이마트 성수점은 초탄일을 맞아 행사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마트

유통업계, 이마트 사업 재편 ‘긍정적 신호’…올해, 실적 개선 영향에 반영 

한편 유통업계는 이마트 전반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이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문점 사업은 올해도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전문점 사업에 대한 적자 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대비 출점 기준을 강화하고 노브랜드와 같이 성공가능성이 큰 브랜드를 성장 동력으로 꾸준히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