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LCC,“안전 최우선”…中 노선 운항 전면중단·환불 수수료 면제 등 대책 마련 분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항공기 이용객들이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든 발열검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항공업계가 울상이다. 공급과잉·일본여행 보이콧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적자를 기록한 한데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등 추가 악재가 터지면서다.

항공사들은 설 연휴 기간이 끝나자마자 예약 취소 현황을 빠르게 파악해 고객 대응에 나서는 한편 중국 노선 운항 중단 및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설 연휴 기간 직전에 집계한 30여개 중국 노선 전체 평균 예약률은 57%였으나 우한 폐렴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등 실제 탑승률이 곤두박질쳤다.

◆ 국적항공사, 中 노선 운휴…대책본부 가동해 신속 대처

이에 가장 먼저 대책 마련에 나선 곳은 국적항공사다.

대한항공은 지난 24일 이전에 발권한 중국 모든 노선의 항공권을 대상으로 취소 수수료를 환불해준다. 다음달 29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에 적용된다.

당초 대한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의 환불 위약금을 면제하고 여정 변경시 재발행 수수료를 1회 면제해줬으나 ‘우한 폐렴’ 확산으로 승객의 불안이 커지자 환불 수수료 면제 구간과 대상 기간을 전면 확대했다.

아울러 중국 우한시가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봉쇄령'을 내리면서 인천-우한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으며, 다른 중국 노선에 대한 운휴를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휴 기간 중국 노선 전체 예약자들의 취소 문의가 콜센터로 들어왔고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 노선 전체에 대한 예약 취소가 많을 것으로 보고 회사 차원에서도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놓고자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4일 이전에 발권한 한국~중국 노선이 포함된 모든 여정에 대한 항공권의 환불 및 여정 변경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오는 3월31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까지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24일 이전에 발권한 한국∼중국 노선이 포함된 여정(지난 24일∼3월31일 출발 기준)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한국∼중국 출발·도착이 포함된 이원구간 확약 고객이나 한국∼중국 노선 이외 타 노선 확약 고객 중 타 항공사의 중국∼한국 노선 항공권 소지 고객 등도 모두 포함된다.

지난 28일부터는 전사적 대책본부를 가동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책본부는 △영업 △관리 △공항 △캐빈 △운항 △정비 등 전 부문의 임원 및 팀장 20명으로 구성됐다.

또한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일원화된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해 직원과 고객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한다.

직원 안전을 위해서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전 노선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한편, 캐빈·공항·정비 등 현장에 마스크 및 손 세정제 등을 비치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하고자 다음달 1일부터 인천~구이린(주 4회) 및 인천~하이커우 노선, 3일부터는 인천~창사 노선에 대해 잠정적으로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운항 재개 여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개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외국인들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저가항공, 中 노선 운항 중단 동참…다음달 말까지 취소 수수료 면제

저가항공사(LCC)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영향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움직임이 분주하다.

제주항공은 10곳의 중국 노선을 운영 중이었으나 이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29일부터 우한과 인접한 지역인 장자제 노선 운항을 중지한다.

부산~장자제, 무안~장자제 노선은 각각 29일, 30일부터 운항을 멈춘다. 무안-산야 등 3개 중국 노선은 다음달 2일부터 운휴한다.

이스타항공도 오는 30일부터 2월 29일까지 9개 중국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30일부터 청주-장자제, 2월 1일부터 청주-하이커우, 2월 2일부터 제주-상하이, 2월 12일부터 인천-정저우 노선에 대한 운항을 중지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9개 중국 노선에 대한 예약 취소율이 30~40% 수준에 이르는 데다 향후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1일 인천-우한 노선 운항을 신규 취항하려다 취소했으며, 26일 대구-장자제, 27일 대구-옌지 노선, 29일은 인천-산야 노선에 대한 운항을 중단했다.

진에어는 2월 2일부터 제주-시안 노선 운항이 전면 중지된다.

에어서울은 인천-장자제와 인천-린이 등 운항 중인 모든 중국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아울러 저가항공사들은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조치도 병행한다.

예약을 취소하거나 운항이 중단된 중국 노선에 대해 다음달 항공편까지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한 것.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2월 항공편까지 홍콩·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노선에 대한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2월말까지 운항하는 항공편을 기준으로 중국 노선에 대한 환불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에어부산은 3월28일까지 부산∼칭다오, 인천∼닝보 등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취소·변경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한 중국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화권 여행을 기피하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2003년 3월 사스 사태가 확산된 뒤 인천공항 기준 국제선 여객수송은 전년 대비 30~40% 가까지 감소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7일부터 중국인의 내국 및 해외 단체관광을 금지한 만큼 2월부터 중국 노선에 대한 수요 감소 영향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감염확산을 막고자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지만 운항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도 지난해 4분기 항공사들 실적이 모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우한 폐렴까지 겹치면서 올해도 실적 반등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저비용항공사(LCC)보다 국적항공사가 더 높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 노선 매출은 아시아나항공이 19%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제주항공 15%, 대한항공 13%, 에어부산 8%, 티웨이항공 4%, 진에어 2% 등의 순이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10% 미만을 기록했고, 에어서울은 지난해 10월 첫 중국 노선에 취항한 관계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 2003년 터진 사스 사태 직후에는 인천공항 기준 국제선 여객수송이 전년보다 38% 감소하기도 했으며, 2015년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외국인 방문객은 133만명에서 75만명으로 급감하는 등 타격이 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 대목이 겹쳐 피해 수준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크다”며 “일본 노선 여행객이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침체된 상황에서 중국 노선마저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실적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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