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주경 기자] 경자년 쥐띠 해를 맞이한 연초부터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서울 곳곳에서는 금싸라기 주택을 잡고자 도를 넘어선 과열 수주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현장 설명회에 가보면 수주에 참여한 건설사 임원들이 조합원을 상대로 큰절하는 모습은 예사다.

때로는 핏대 세우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경쟁사를 비방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어떻게든 수주를 성사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저마다 자신들이 가진 강점을 나열하며 필승 의지를 다진다.

건설사들이 때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무효결정과 한남하이츠에서 펼쳐진 시공사 선정이다.

한남3구역은 지난해 11월 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 입찰과정을 종합점검 결과 불법 소지가 많아 무효라는 판단을 내리고 조합에 재입찰을 권고했다. 이에 한남3구역은 조합원들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입찰 무효결정을 내렸다.

한남 3구역이 입찰무효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재산상의 이익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132조에 따르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남3구역에 입찰한 건설사들은 입찰과정에서 이주비 전액 지원(공통), GS건설은 3.3㎡당 분양가 7200만원 보장, 현대건설은 조합원 인테리어 비용 5000만원 환급, 대림산업은 자회사를 통한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는 조식서비스, 세탁기, 건조기, 김치냉장고까지 제공하겠다는 공약까지 나왔을 정도다.

결국 입찰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으로 전가됐다. 조합입장에서 4500억이라는 입찰보증금을 도로 뱉어내야 할 상황에 이른 것.

이로 인해 한남3구역은 상처만 남은 재개발 사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한남하이츠도 비슷한 양상이다. 시공사 선정을 하루 앞두고 맞붙은 GS건설과 현대건설은 저마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고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한남하이츠 사업설명회 현장에선 현대건설이 제시한 2500억과 GS건설이 언급한 4000억원의 사업촉진비 조달을 놓고 서로 간의 비방이 쉴새 없이 오갔다는 얘기가 들렸다.

GS건설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터무니없이 높은 데다 설계도나 마감재 수준이 자신들보다 떨어진다고 지적한 반면, 현대건설은 GS건설이 자본 운영능력이 떨어져 HUG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550억원 사업촉진비를 4000억원으로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오죽했으면 조합 측이 나서 판단력을 흐릴 수 있는 과도한 비방이나 근거 없는 주장은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을 정도다.

지나친 수주과열은 시장질서를 왜곡해 혼탁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이 나와도 결국은 투자자와 조합원들에 밀려 ‘누더기’가 될 뿐이다.

건설사들은 이익창출이라는 본연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기업가치도 지켜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업현장설명회는 상대를 비방하며 마냥 수주 승기를 잡는 시험대가 되기보다는 명품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설사들의 노력이 돋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건설 시공 경쟁이 더 돋보일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한남 일대에서 펼쳐진 수주전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자본의 힘을 아는 자들과 이들이 가진 자본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들의 리그로 귀결된 것 같아 그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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