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조원들이 10일 오후 강남구 르노삼성 본사 앞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임금협상 쟁취 결의 집회에서 참석해 집회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르노삼성차 노사 간에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오전 출근 조에 9시부터 11시까지 기습적으로 게릴라식 파업 지침을 내렸으며, 사측은 10일 야간 근무조부터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간다고 응수했다.

노조 측의 이번 조치는 10일 오후 2시 임단협 교섭을 앞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보통 노조는 사측과 견해차를 좁혀지지 않을 경우 교섭을 중단한 이후 파업에 돌입하기 때문.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교섭을 한창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파업 지침이라 당황스럽다”며 “오늘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기로 해놓고 노조 측이 돌발적으로 기습 파업을 진행해 노사 간에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파업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노조 측의 돌발행동을 방어하고자 불가피하게 부분 직장폐쇄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부분 직장폐쇄는 일부 업무·부서에 한해 조업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업에 착수하는 전면 직장폐쇄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부분 직장폐쇄는 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별도의 공지가 있기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르노삼성차는 당분간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주간 근무조를 편성해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10일 기준 부산공장 임직원 2172명 가운데 1723명이 출근했다. 조합원의 경우 전체 1727명 중 443명이 파업에 참여해 파업 참여율은 25.7%에 이른다.

사측에 따르면 2018년 후반기 노조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500시간 가까운 파업을 지속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전날까지 생산 차질 대수는 5000대를 넘어섰고 누적 매출 손실도 약 50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또한 닛산 로그 수출과 신차 XM3 출시과정에서도 당초 공급해야 했던 생산물량 확보에 실패해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생산 공정이 모두 연결돼 있어서 하나의 공정에서 조합원 2명이 1시간만 작업을 안 해도 나머지 전 직원은 마냥 기다려야 한다”며 “매출 손실과 함께 회사 경영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파업이 무리하게 이어지면서 닛산 로그 수출물량 생산과 선적에 차질을 빚었고 신차 XM3 출고를 앞두고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해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지난해 6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노조 확대간부와 간부 조합원은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에 반발한 나머지 버스 편으로 상경해 19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노조 측은 “르노삼성은 수년간 1조7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데다 지난해에도 1700억원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인건비 등 고정비를 절감하고자 기본급 동결, 상여금 쪼개기, 희망퇴직 시행 등을 강행해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부산지역 완성차 업체는 르노삼성차가 유일하다. 따라서 회사 측의 부분 직장폐쇄 조치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약 이 피해가 르노삼성 협력업체인 부산·경남 125개 부품업체로 이어질 경우 줄도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르노삼성차는 1000만원 일시금을 지급하는 한편 변동급여를 고정급여로 전환해 통상임금 120%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기본급 8.01% 인상안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연말까지 예고 파업에 들어갔으며, 8일과 9일에는 게릴라 파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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