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가족경영에다 델타항공 우호지분으로 경영권 유지...향후 경영권 장악은 안갯속

(사진/그래픽=연합뉴스)

[뉴스워치=김은정 기자] 한진그룹내 주요 주주들간의 경영권 다툼이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회장직을 승계한 조원태 회장의 지분이 단독으로 경영권을 장악할만한 규모에 이르지 못하자 나타나는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조 회장 일가, 즉 남매들과 어머니 이명희 여사가 각각 엇비슷한 지분을 나눠가진 형국이어서 가족경영이 깨질 경우 언제든 경영권 향배는 뒤틀어질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경영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다 단독최대주주에 오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호시탐탐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한진그룹의 경영권은 더욱 안갯속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일명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한진그룹 지배회사 한진칼의 단독최대주주(15.98%)다.

1대 주주이던 조양호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17.84%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조원태 대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세 자녀(각 4.176%)가 나눠 가졌다.

이로써 조 대표의 한진칼 지분은 6.51%,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로 각각 늘어났다. 총수 일가 지분을 모두 합하면 28.9%에 이르지만 단일주주로는 KCGI가 앞선다.

조원태 회장 가족 일가들의 각 지분율이 엇비슷한 점은 향후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조 회장 1인에게 집중되기 보다는 사실상 가족경영을 통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조원태 회장 일가를 제외하고 한진칼의 주요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KCGI가 15.98%, 델타항공이 10%, 반도그룹이 5.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그룹 계열사 대호개발은 특별관계자 한영개발과 반도개발과 함께 한진칼 지분 5.06%(299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그룹은 지분 매입 사유에 대해 "단순한 지분 보유"라고 공시했지만 KCGI측 우호지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반면 델타항공은 지난 6월 한진칼 지분 첫 매입 후 현재 1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이 2대 주주인 KCGI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가(家)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분포를 살펴보면 KCGI와 델타항공, 대호개발의 지분을 모두 합산할 경우 지분율은 31.04%로 오너일가의 지분율 28.93% 대비 2.11%포인트가 더 많다.

이런점을 감안하면 델타항공이 오너 일가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도 "일부에서는 델타항공이 지분을 10%까지 늘린 만큼 주요 주주로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향후 자사 이익에 따라 경영권 참여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KCGI의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공격도 본격화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KCGI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퇴직금 지급 관련 적법성을 따지기 위해 감사인을 선임해달라는 취지로 낸 신청을 지난 31일 인용했다.

앞서 케이씨지아이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에 대한 검사와 검사인으로 이상건 변호사를 선임해달라며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구체적으로 KCGI 측이 조사를 요구한 내용 가운데 고 조양호 전 대표이사에 대한 2013년 8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의 월별 보수 지급 내역을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 선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한진칼의 대표이사인 회장에 대한 급여 산정의 구체적 근거와 임원에 대한 퇴직금·퇴직위로금 지급 내역 및 관련 이사회 결의에서의 구체적 논의 내역 등에 대해서도 검사인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