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시찰 중인 김 위원장 사진 출처: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뉴스워치=이우탁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및 직접 개발'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빅딜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북·중이 수교 70주년을 맞아 상호 이해관계를 재차 확인한 것과 관련해 국립외교원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과 무역전쟁을 비롯한 본격적인 전략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며 "따라서 북한이 미·중 어느 강대국 하나에 기대지 않고 시계추처럼 양국을 오가는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한 북한문제전문가는 "지난 6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인 특별 환대를 한 것에 대해 당시 중국 관영매체들이 크게 부각시킨 바 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으로부터 몇 가지 사안에 대한 지원약속을 받아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을 찾는 외국관광객의 대부분을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금강산관광지구를 비롯해 북한의 관광산업에 대한 중국의 대북지원도 당연히 포함됐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은 전부터 신의주와 개성 지역을 포함해 북한 서해의 주요 요충지 등을 전략적인 계산에 두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며 "게다가 중국 내 그룹社들 중 일부는 '금강산 관광사업' 자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3월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첫 방문한 이래 최근까지 시진핑 국가주석과 다섯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것에 대해서는 "한국전쟁에서 '혈맹'으로 시작했던 '순망치한'의 북·중 관계가 그간 우여곡절 끝에 미국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전략적 관계를 재구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분석 처럼 북·중의 밀월관계는 최근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북한 노동신문 1면에 실렸던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고받은 축하전문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축전에서 "조·중 두 나라가 외교관계를 맺은 것은 새로운 조·중관계(북·중관계)의 탄생을 알리는 획기적인 사변(사건)"이며 "두 나라 인민이 피로써 지켜낸 사회주의가 있었기에 조·중친선은 지리적인 필연적 개념이 아니라 동서고금에 찾아볼 수 없는 각별한 친선으로 다져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조선(북한)은 새 중국과 제일 먼저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들 중의 하나"라며 "지난해 이래 나는 위원장 동지와 5차례 상봉하고 일련의 중요한 공동 인식을 이룩하였으며 공동으로 중·조관계를 이끌어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들어서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북·중관계의 맥락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겨냥해 '금강산' 카드를 꺼내든 배경과 속내는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북한은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약 3주 후인 지난 2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냈던 담화에서 북미 협상에 대한 북측의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 담화 발표는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南측 시설 철거' 입장을 보도한 바로 다음날이다. 

김 고문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했다. 특히 "며칠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언급했다"며 두 사람의 친분을 거듭 강조했다. 

담화 도중 김 고문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정책관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해 '최대관문'인 실무협상을 신속히 끝내고 연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재차 강조했다.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등 결렬된 일련의 북·미 협상과 최근 北 김계관 고문의 미국을 향한 담화, 밀월 중인 북·중 관계와 미·중 전략경쟁 관계라는 맥락을 고려해 볼 때 북측이 최근 '금강산 관광 南시설 철거'라는 강수를 꺼낸 것은 결국 미·중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라는 관측이 높다.

이에 대해 북한문제전문가는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북경제제재를 푸는 것과 완전한 '체제 안전 보장'을 미국 측으로부터 약속·보장받는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우선 최근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협상과 관련, 올해 안에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이 '금강산 관광 南시설 철거'와 '독자 개발' 계획을 전격 제시한 것은 관광사업에 대한 최근 자력 개발성과에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강산관광지구 직접 개발이라는 '국지적'인 사업을 관철시켜 이를 대북경제제재를 풀어내는 실마리로 삼으려는 전략"이라며 "금강산관광사업이 북한에겐 주요 외화벌이 사업들 중 하나지만, 미·중에게는 국지적인 사업이라 하더라도 고려해볼 만한 전략적 선택지 중에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따라서 북측이 이번에 꺼낸 든 카드는 전적으로 대북경제제재의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는 美 정부를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흔들어 보인 빅딜 카드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사업가로서의 배경과 감각, 가족에 대한 야심과 같은 남다른 부분을 김 위원장이 계산해 넣고 준비한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더불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장녀 이방카(37)의 경우, 미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된 대로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도 개인 패션 사업체를 통해 중국에서의 상표권들을 승인받는 등 중국과 중국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인 바도 있었다"며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북한의 이번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카드는 밀월관계인 중국이 북의 뒷배로서 빅딜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전제 하에 중국을 의식하고 있는 정치가이자 사업가였던 트럼프 美 대통령을 향해 흔드는 '일타쌍피'의 카드 '하나'를 꺼내 보인 것"이라고 시사했다.

한편 또 하나의 흥미로운 대목은 최근 북한 관영매체의 '금강산 南시설 철거' 보도들이나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 발표 보도 등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발언한 내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각 나라와의 무역 협상을 얘기하는 도중에 "북한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며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대대적인 재건(a major rebuild)'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김 위원장을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함께 하고 서로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측 김 고문의 지난 24일 발표 담화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및 김정은 위원장과의 각별한 관계를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며 이처럼 미국에 대한 북의 태도가 급전함에 따라 조만간 북·미협상이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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