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사설] 韓경제에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돼 근원물가는 바닥을 기는 현상이다. 'D의 공포' 하면 가장 먼저 일본식 장기불황이 떠오른다. 일본은 지난 1991년부터 경제의 거품이 꺼지며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이후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2001년까지 경제성장률이 연 평균 1.1%에 그치는 유례없는 장기침체가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부동산 거품 붕괴 → 은행 부실 누적 → 대출 기피 → 기업·가계 부도 →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실물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韓경제도 이같은 디플레이션, 나아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조 현상이 속속 나타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대비 하락한 것은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전년비 상승률은 1966년부터 집계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1월 0.8%를 기록한 후 내내 0%대를 나타내다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장기간 1%를 하회한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연속) 이후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일각의 지적에 따라 디플레이션을 점검해왔다"면서 "9월 마이너스 물가는 지난해 8월에 폭염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석유류도 급격히 높았던 데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방위에 걸쳐 모든 품목에서 장기간 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는 디플레이션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홍 부총리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지금이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것이지 디플레이션이 올지도 모르는 우려에는 경계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올해 말까지 물가가 0%대 중반이 되고 내년에는 1% 초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망대로 된다면 'D(디플레이션)의 공포'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강변에도 불구,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는 디플레이션의 징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8%로 내렸다. S&P는 “경기 전망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확신이 크게 줄면서 지출 감소와 수출 둔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부채 디플레이션’ 공포도 커지고 있다.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경제 주체들은 채무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따라서 빚을 갚으려고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면서 물가 하락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

이제 부터라도 정부는 신속한 정책 전환을 통해 경기를 진작할 해법을 모색해야한다. 실기하면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들뿐이다.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