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픽사베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현대자동차가 한 기간제 근로자와 23개월간 16차례나 '쪼개기 계약'을 맺고 고용했다가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현대차에 박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의 임금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촉탁직 노동자 박점환(25)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을 지난달 받아들인 것이다.

박씨는 2013년 2월 울산공장에서 뒷좌석 장착 등 의장 공정 부서에서 일해 왔으며 올해 1월 계약 만료 통지를 받았다. 그 사이에 현대차는 박씨와 무려 16번이나 '쪼개기' 계약을 하고 근로 기간을 유지했다.

계약기간은 짧게는 고작 13일, 길게는 60일 등으로 필요에 따라 특별한 기준도 없이 그때그때 계약했다.

현대차는 “박씨는 정규직의 휴직ㆍ파견 등에 대비해 계약직으로 고용한 것이고 계약직은 2년 안에 계약을 해지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채용공고에 최초 근무기간은 1∼6개월이고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고 알렸기 때문에 해고는 정당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박씨는 "회사 측이 채용 시부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고 일시 충원이 아니라 상시 발생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됐던 것"이라며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중노위는 판정서에서 "양측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가 형성돼 있어 박씨에게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는 박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근로자 보호라는 기간제법의 취지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대기업이 편법으로 촉탁직을 고용하고 2년이 안 돼 반복적으로 해고하는 관행과 신종 불법파견 회피 수단에 경종을 울린 판정"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법 규정을 떠나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가 박씨를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무려 16번의 근로계약서를 쓰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현행법상 쪼개기 근로계약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지나친 처사다. 채용한지 1년이 넘으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니 11개월로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도 2년이 넘으면 안 되니 쪼개기 계약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쪼개기 계약을 2년 동안 최대 3번으로 제한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사정 타협이 무산되면서 성사되진 못했다.

생계를 위해 나선 힘없는 비정규직들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것이 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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