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탁 경제산업부 부장

[뉴스워치=이우탁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이 깊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90년대 초·중반 현대중공업은 '골리앗 크레인 고공(高空)농성'과 128일간의 장기 파업 등 국내 강성 노동운동의 핵심 사업장이었다. 그러던 노조가 1995년부터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내걸고 장장 19년간 무분규의 길을 걸었다. 회사 측도 세계 조선경기 활성화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직원들의 복리향상에 사용하는 등 상생(相生)의 노사관계를 구축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지난해보다 12만3526원(호봉 승급분 제외) 올리고 기본급의 25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결국 노조는 지난 15~1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전체 조합원 87%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31일 열린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사측은 노조가 주총 반대·무효화 투쟁 과정에서 행사한 생산 방해, 폭력행위 등에 책임을 물어 해당 조합원별로 해고·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9일 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 등 노조 간부 2명에 대해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이런 와중에 2014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노사분규가 벌어질 판이다. 19년 연속 무분규 노사상생 기조는 어느새 온데 간데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원의 신임과 지지를 내세우며 서로 양보하기 쉽지 않은 조건들을 밀어부치고 있다.

한국 실물경제 하락세, 일본 수출규제와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산업 전반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다 경쟁국 조선업계의 견제와 도전, 조선업 수주와 해양플랜트 일감 난항 등 현대중공업을 둘러싼 내·외부의 난관들이 깊어만 가고 있다.

지금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법인분할과 대우조선과의 합병 등을 성공적으로 거치며 다시 치고나갈 절체절명의 전환기다. 이때 노사의 합리적인 상생관계 구축과 신뢰회복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설령 노사간 이견차가 크다하더라도 적극적인 교섭의지를 갖고 서로 양보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또한 각 사안들을 분리해서 각개 타결방식으로 교섭에 임해야 숨통이 트일 것이다.

과거 19년 연속 무분규 타결 당시는 조선업이 호경기라 가능했다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韓조선업이 어려움에 처한 때일수록 노사 상호간 화합의 조율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이런 도전과 난관의 본질을 공감하고 노사단결의 길로 다시 가야할 때다. 더 늦기전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