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정 산업팀장

[뉴스워치=유수정 기자] 정부가 환경오염을 막자는 취지로 비닐 사용 금지 정책을 내놨지만, 특별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단속만 시행하고 나서 현장의 혼란만 부추긴 모습이다.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와 매장 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 등에서 비닐봉투 제공이 전면 금지됐다.

이는 석 달간의 계도기간이 끝남에 따라 위반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됨에 따름이다.

이미 대형마트 등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종량제봉투 및 다회용장바구니 구입 등은 익숙한 일인 만큼 큰 혼선이 일어나지 않을 눈치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식품의 속비닐(비닐롤백) 사용 범위를 놓고 발생했다.

계도기간 동안 가공식품이나 공산품 등의 포장을 위해 규정 외 남용되던 속비닐의 사용량은 크게 줄었다지만, 그간 소비자 입장에서 신선식품에 속비닐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핏물이 흐르는 고기나 생선, 어패류, 두부 등 물이 샐 수 있는 제품 ▲내용물이 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포장되지 않은 과일과 흙 묻은 채소 등 1차 식품 등에 한해서만 속비닐 사용을 허용했다.

특히나 갑오징어와 조개류 등을 제외한 어류 및 육류 제품을 트레이나 비닐 랩 등으로 1차 포장한 경우 속비닐로 한 번 더 포장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했다.

개별 제품군을 특정하지 않은 환경부의 애매모호한 지침은 결국 현장에 혼란만 불러일으켰다.

마트별로 해석이 다르기에 적용되는 품목과 배치 위치가 제각각인 것은 물론, 매장 직원마저도 허용 가능 범위에 대해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되는데 왜 여기만 안 되냐”, “그럼 이걸 어떻게 들고 가라는 말이냐”며 곳곳에서 불만을 표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소비자들이 잇따르는 모습이었다.

물론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비닐의 무분별한 사용을 금하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당연 공감한다. 분해되는데 짧게는 100년, 길게는 500년 가까이 걸린다고 알려진 만큼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 속 당연한 처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5년 기준 비닐봉투 사용량이 무려 211억장을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인구 대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만큼 더욱이 그렇다.

그러나 정책 시행 전 보다 상세한 세부 지침이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보안책을 마련했더라면 일선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만과 혼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무조건 안 된다고 단칼에 금하기보다 무상으로 제공하던 비닐을 유상판매로 돌린 뒤 사용량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간다거나, 친환경 비닐 생산 및 유통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말이다.

그랬다면 현장에서 속비닐 사용 금지에 따른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장 시 위생 랩을 두세 겹씩 더 사용하는 일까진 발생하지 않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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