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 전당대회에 관심을 돌리면서 이를 지켜보는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 부대 한국당 전당대회에 관심 돌려

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18일 대구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는 태극기 부대가 객석 절반을 점령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선거인단의 30%가 몰린 대구.경북 지역 합동연설회 분위기 마저 태극기 부대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들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내려와", "빨갱이" 등을 외쳤다. 최근 5.18 망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김 위원장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연설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김 위원장이 객석을 향해 "조용히 해주십시오!"라고 외친 뒤에도 고성은 잦아들지 않았고, 김 위원장의 표정은 굳어지기도 했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황교안 전 총리 등이 연설을 할 때 야유가 오갔고,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가 등장하자 또다시 야유와 욕설이 난무했다.

태극기 부대, 한국당 내 존재감 보여주기 위한 행동

이에 비해 김진태 후보에게는 환호가 쏟아졌다. 특히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도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얻는 김 후보를 지지할 정도다. 태극기 부대가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 세력 내 존재감을 보여주려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조원진 대표는 "지금 보수 정당은 인적쇄신을 통해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할 때"라며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에 대한 확실한 신념과 우파 선명성을 가진 김 후보가 당선돼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조 대표는 지난 9일 태극기 집회에서 "쓰레기들이 아무리 친박(친박근혜) 노릇을 해도 탄핵 무효를 주장하지 않으면 우리 동지가 아니고 우리의 뜻과 같이하지 않는다"며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김 후보를 띄우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득표를 통해 2위를 차지한다면 한국당은 태극기 부대를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려하는 한국당 의원들

태극기 부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극우세력의 득세 속에 보수통합이 힘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이 우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우리당이 과격 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선 안된다"며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들도 "극우 소수만을 대변하는 인사가 당대표가 될 경우 한국당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태극기 부대를 등에 입은 후보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