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백서' '조율이시', 유교 경전에도 없는 현대의 산물

▲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설 명절이 되면 조상에 차례를 지낸다. 흔히 설이나 추석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로 알고 있다.

차례(茶禮)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차(茶) 예법이다. 차례라는 명칭은 지금은 차례상에 술을 올리지만 에전에는 차를 올렸기 때문에 생겼다. 

차례는 유교에는 없는 예법으로 고려시대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를 숭상한 고려시대에서 조상들에게 올리는 것으로 술 대신 차(茶)였고, 이에 어원이 차례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차례는 기제사와 달리 간편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조들은 명절 아침에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했다. 즉 차례는 성묘를 위한 전초전으로 간편하게 치르는 제사의 일종이다.

차례는 차와 더불어 그해에 생산되는 과일 등을 조상에게 바쳤다. 다시 말하면 엄청난 가짓수의 음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떡국과 과실 그리고 녹차만 올릴 뿐이다. 만약 조상이 ‘바나나’를 선호했다면 바나나를 차례상에 올려도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사의 정식 명칭은 기제사다. 기제사는 그날 돌아가신 분과 그 배우자에게만 제사를 지낸다.

또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았던 차례상 규칙, 예를 들면 어동육서(魚東肉西·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頭東尾西·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좌포우혜 (左脯右醯·육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조율이시(棗栗梨枾·왼쪽부터 대추·밤·배·감),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 등은 사실상 유교 경전에도 없는 규칙이다.

유교 경전은 물론 어느 예법에도 등장하지 않는 법칙이다. 성리학이 강성했던 조선시대에서도 차례상은 간편하게 차리라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굳이 출처를 따진다면 1960년대 정부에서 만든 ‘가정의례준칙’인데 이 준칙은 지방의 여러 종가집에서 제사상을 차리는 방법을 종합해 만든 준칙이다.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차례상 규칙이라는 것이 결국 제사상 규칙이며 그것도 유교 경전에는 나오지도 않는 준칙이다.

중국 예법서인 ‘예서(禮書)’에서도 제사상은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채소나 과일을 준비하라는 것일 뿐 따로 법칙이 없다.

다만 어동육서는 중국을 기준으로 동쪽이 바다이기 때문에 생선을, 서쪽이 육지라서 고기일 뿐이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동육서의 법칙은 의미가 없다.

오늘날 화려한 차례상은 현대화가 되면서 잘못된 집안 뿌리 찾기 문화가 만들어낸 웃지 못할 풍습이다.

실제 유교 집안에서는 차례상은 화려하지도 않고 제사상 역시 화려하지도 않다. 조상을 섬기는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참고적으로 유학을 하는 집안에서는 제사상 음식은 남성이 만든다. 따라서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 역시 남성이 만드는 것이 정통 유학자 집안의 풍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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