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공정하게 논의하겠다”...3월 주총에서 이사진 대거 교체 예고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16일 논의한다.

이날 논의에서 주주권 행사로 결론이 나게 될 경우 한진그룹 계열사의 이사진 교체는 대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인 한진칼 주주총회가 오는 3월 예고되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경영에서 대거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대 주주인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KCGI와 국민연금이 결합한다면 한진그룹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기금운용위, 스튜어트십 발동 결론 내릴 듯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 올해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원칙을 성실히 이행하는 실질적인 첫해라고 규정하면서 “오늘 이뤄질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논의가 그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주권 행사 여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위는 637조원(지난해 10월말 기준)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기금운용위는 한진칼 및 대한항공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 여부를 검토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이고 대한항공 지분 12.45%를 가진 2대 주주이다.

지난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밀수, 관세포탈, 재산국외도피, 탈세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금운용위는 지난해 5월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경영진과 면담을 요구했다.

따라서 이번 논의에서 주주권 행사로 결론이 나올 경우 조 회장 일가의 주요 계열사 경영권 장악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재계는 예측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위기의 한진그룹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조 회장 일가 사내이사 연임 반대, 신규 이사진 선임 등이다.

오는 3월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과 김재일 교수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따라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 연임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하면 연임 반대는 물론 신규 이사진 선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와 국민연금이 연계된다면 한진그룹은 그야말로 위기에 놓이게 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자칫하면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진칼은 오는 3월 조양호, 조원태, 이석우 등 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KCGI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이사로 앉히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KCGI 측은 우호지분을 통해 감사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을 사실상 지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KCGI가 대한항공 지분이 아닌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이유는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지배함으로써 사실상 대한항공을 지배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한진그룹이 많은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진칼을 접수한다면 사실상 한진그룹을 지배하는 것이어서 KCGI가 한진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조 회장 일가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된다.

물론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공적인 영역이 사적인 영역인 경영권을 개입한다면 경영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면 기업의 경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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