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 책임론 불거져...SR 통합 논의 동력 잃어

▲ 영식 코레일 사장(오른쪽)이 탈선 사고 3일 만에 운행이 재개된 KTX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지난 10일 새벽 강릉역에서 열차로 향하고 있다. 그는 "기온 급강하가 탈선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강릉선 KTX 탈선 사고가 지난 8일 발생하면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추진하려고 했던 각종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사고뿐만 아니라 오송역 단전 등 코레일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야당에서는 오 사장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 이번 사고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문재인 정부가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오 사장을 사퇴시킨다면 코레일에서 그동안 추진하려고 했던 각종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 사장은 지난 2월 취임하면서 SR(수서고속철도 운영사)과 코레일의 통합 논의가 이뤄졌다. 또한 남북철도 연결사업 역시 오 사장이 추진해왔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따라서 오 사장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다면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처음부터 엉터리 설계, 그 책임은 누구에게

이번 탈선사고에 대한 철도경찰의 움직임은 빠르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사고에 대한 원인과 책임자를 가리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대는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고 항공철도조사위원회 등의 사고 원인 조사가 본격화되면 본격적인 수사로의 전환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사는 단순히 사고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고 책임자 규명과 처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애초부터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현장의 열차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인 선로전환기와 전환기의 오작동 시 경고 신호를 연결하는 회선이 설계부터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강릉역 인근 서울방향 선로 변경 장치가 고장났지만 엉뚱한 곳에서 고장 신호가 감지돼 열차 탈선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사위가 선로전환기의 경고 신호 장치를 개봉해 봤을 때 선로전환기와 경고 신호를 연결하는 회선이 잘못 연결된 사실이 파악됐다. 그런데 조사위가 회선 도면을 확인한 결과 설계도부터 이처럼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계는 작년 9월 설치될 때부터 이미 오류가 있는 상태였고, 코레일은 지금까지 1년 3개월간 오류를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일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복구 현장을 찾아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오영식 책임론 제기

이런 가운데 오영식 코레일 사장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오 사장 책임론은 지난 2월 취임할 때부터 제기돼왔던 내용이다.

오 사장은 전대협 2기 출신인데다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코레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철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인 출신을 사장으로 앉히면서 결국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오 사장은 취임 이후 그동안 SR과의 통합, 남북철도 연결사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치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더욱이 오 사장은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기온 급강하로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발언을 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코레일과 그 자회사 임원 37명 가운데 13명이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캠코더) 낙하산인 것에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있다”고 질타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송구하다면서 관련자 문책을 강하게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부끄럽다”고 말함으로써 오 사장의 책임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했다. 열차 10량 중 앞 4량이 선로를 벗어났으며 열차에는 모두 198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제공=연합뉴스

오영식 경질, SR 통합과 남북철도 연결의 미래는

오 사장이 만약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다면 SR 통합 논의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코레일과 SR 통합 여부를 검토하는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연구용역 마감 기한을 기존 12월 19일에서 3개월 연장했다. 국토부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통합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이다.

문제는 오 사장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다면 코레일 사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공석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SR 통합 역시 뒤로 밀려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 사장이 경질되면 남북철도 연결사업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연내 답방은 오리무중이지만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그동안 착착 진행돼 왔었다. 그리고 남북은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에 착공식까지 거행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오 사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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