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의회서 이달 금리인상 강하게 시사…800조원 가계대출·경기침제 ‘도외시’

이 총재가 금융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서민경제와 함께 내수의 침체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2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이날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금융협의회에서이다.

이 총재는 이어 최근 국내 증시의 하락과 관련, “대외리스크 증대에 따른 세계 증시의 공통 현상이었으나 하락 폭이 주요국보다 크고 외국인 자금 유출 폭이 컸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불안 시와 연관 지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다소 진정되고는 있지만, 외국 자본의 유출이 빨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금리인상이 예견되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달 하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9거래일 연속 매도했다.

아울러 미국이 12월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미국과 우리나라와의 금리차가 최대 1%포인트로 확대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유출이 속도를 낼 전망도 이달 금리인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은 과거 불안 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 환율과 시장금리도 동반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이번에는 주가 하락에도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환율 변동성도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하는  등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금통위원 7인 중 인상론 소수 존재

현재 7명으로 이뤄진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인상론을 펴는 위원이 지난달 2명인 점을 고려할 경우 이달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다만, 6월 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이 813조 5449억원인 점이 금리인상의 걸림돌이다. 이는 국내 한가구당 은행 빚이 403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최근 대출 이자 상승을 고려할 경우 월 이자만 7000억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9.13부동산 대책으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소비 위축은 극심해질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적 상황이 국적 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역시 다소 금리동결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금리인상 시 기업 역시 경영의 어려움으로 줄도산이 우려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이자 부담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와 함께 내수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을 공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반면, 이 총재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데다가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고 국내 경기를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총재는 “한국은행은 경계감을 갖고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와 그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필요시에는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시장안정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직후에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가졌으며, 이날 행사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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