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파괴’와 ‘언어파괴’ 혼동...신조어 논란의 해법은

▲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 리허설에서 한글을 목숨처럼 지켜낸 외솔 최현배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뮤지컬 '외솔'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9일은 572돌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 및 반포를 한 날이라는 점은 이제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또한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단독으로 만든 글자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글날만 되면 늘 따라다니는 이슈가 있다. 그것은 ‘한글파괴’이다. 예를 들면 ‘아햏햏’을 시발점으로 해서 수많은 신조어가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한글파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 국어학자들의 생각이다. 엄격히 따지면 ‘언어파괴’이지 ‘한글파괴’는 아니다.

또한 ‘한글파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세종대왕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여론도 있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백성을 위해 글자를 창제했다는 목적이 명확하게 들어있다.

즉, 한문을 모르는 백성들이 자신이 내뱉는 말을 고스란히 글자로 만들어 편하게 사용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창제 목적이 분명하게 명기돼 있다.

즉, 언어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글자는 ‘한문’을 사용하기 때문에 ‘훈민정음’이라는 우리의 글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우리의 글자는 ‘어떤 법칙’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리가 나는대로 표기할 수 있는 표음문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세상의 모든 언어를 글자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목적과도 맞는 대목이다. 언어는 ‘나고, 자라고, 발전하고, 소멸한다’. 신조어라는 것이 결국 언어의 새로운 생성을 의미하는데 이것을 과연 ‘한글파괴’로 볼 것이냐라는 점을 볼 때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 안에서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기에 결코 ‘한글파괴’는 아니다.

따라서 신조어를 한글로 표현한 것을 두고 ‘한글파괴’라고 부른다면 세종대왕은 눈물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에 일부 국어학자는 ‘한글파괴’가 아니라 ‘언어파괴’ 혹은 ‘한국어 파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조어가 과연 ‘언어파괴’에 해당하느냐라는 부분이 있는데 언어는 앞서 언급한대로 나고 자라고 소멸하기 때문에 언어파괴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과거 비속어라고 표현했던 언어도 지금에는 표준어로 편입된 경우가 있고, 표준어로 있었던 언어도 ‘사어(死語 : 죽은 언어)’가 된 사례도 있다.

이런 점에서 신조어를 과연 언어파괴로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다만 신조어가 우리 사회에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기존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기득권의 입장에서는 언어가 파괴됨으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신조어는 권장할 언어는 아니지만 무조건 부정적인 모습만 강조할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신조어를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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