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형법정주의·명확성의 원칙·동의 여부 입증 등이 난제로

▲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비동의 간음죄) 관련 여야 여성의원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위력에 의한 성폭행 혐의가 법원에 의해 무죄로 판결되면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입법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비동의 간음죄)’ 관련 여성의원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노 민스 노 룰’이나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명시적이고 적극적 성관계 동의 의사가 없는 경우 이를 강간으로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이야기를 했다.

비동의 간음죄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맺을 경우 처벌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현행 ‘강간죄’는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에 이르러야 처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자는 것이 근본적인 취지다.

비동의 간음죄, 여성계에서 꾸준하게 도입 요구

비동의 간음죄는 그동안 여성계에서 꾸준하게 도입을 요구해왔다. 여성이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남성이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여성계는 계속 얘기해왔다.

동의를 하지 않는 간음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안 전 지사가 무죄 선고 판결을 받자마자 여성계는 “은장도라도 차고 다녀야 하는 것이냐”라면서 반발을 했을 정도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번 판결을 살펴보면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적 명제가 그대로 적용된 모습이다.

즉, 자신이 ‘싫다’는 의사표시를 충분하게 하지 않으면 위력에 의한 성폭행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때문에 여성계에서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헌 소지는 다분히 있어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비동의 간음죄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명확성의 원칙은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행위가 명확해야 하는데 ‘비동의 간음죄’의 경우에는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행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의 없음’을 범죄구성요건으로 한다면 ‘고소인’이 동의가 없었다는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범죄자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또한 증거재판주의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어떤 행위가 범죄행위가 되고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고소인의 진술를 뒷받침할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동의 간음죄는 고소인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명확한 범죄행위가 있지만 ‘동의를 하지 않은 성관계’라는 비동의 간음죄의 경우 ‘동의를 하지 않은’이라는 것을 어디까지 동의로 판단하고, 어디까지를 동의가 아닌 것으로 판단할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관계를 하기 전에 “성관계를 해도 될까요?”라는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의 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매번 성관계할 때마다 동의를 구해야 하고, 그것을 증거로 남겨야 하는 현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남성들이 비동의 간음죄를 갖고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자’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남성’도 강간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즉, 비동의 간음죄에는 남성도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여성이 ‘동의 없이 성폭행 했다’고 주장하게 되면 남성도 ‘동의 없이 성폭행 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면서 ‘쌍방강간’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이유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점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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