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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휴가에 대한 단상
   
▲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지난 2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잠시 잊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 이번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해 산으로 들로 바다로 계곡으로 많은 사람들이 향하고 있다. ‘휴가’의 사전적 의미는 ‘학업 또는 근무를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을 말한다. 학업이나 근무를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작업이 바로 ‘휴가’다.

산업혁명 이전에도 휴가의 개념이 있었지만 휴가의 개념이 본격화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이다. 산업혁명 이후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기업 또는 근로자의 정신적, 육체적 향상을 위해서 휴가가 필요해지면서 본격화됐다.

영어로는 ‘vacation’이라고 부르는데 라틴어인 ‘바카티오(vacation)’ 즉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에서 그 어원을 찾는다. 영어의 ‘holy day’(공휴일)과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1년에 1개월 유급휴가를 주기 때문에 여름철이 되면 파리 등 대도시는 텅 빈 상태가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휴가라는 개념이 있기는 했다. 조선시대를 살펴보면 ‘사가독서’라는 제도가 있다.

1420년(세종 2) 3월 세종이 집현전 학사 중에서 재행이 뛰어난 자리를 선발해 유급휴가를 주고 연구에 전념하게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사가독서’이다.

처음에는 자택에서 독서를 했지만 1442년부터 진관사에서 독서를 하게 됐고, 경치 좋은 곳 등을 찾아다니면서 독서를 즐기기 시작했다. 사가독서 기간은 1~3개월 정도였는데 주로 여름에 많이 이뤄졌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백성들의 경우에는 여름철 특별한 휴가는 없었다. 왜냐하면 농사일 등을 하는 백성들에게는 여름철이 가장 많이 바쁜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성들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휴가를 즐겼다.

또한 더운 여름에는 죄수에게 얼음을 제공했다. ‘예전’에 따르면 매년 여름철 마지막 달에 각 관청과 임금의 친척, 정3품 이상의 관리, 맡은 일은 없어도 정3품 이상의 양반 중 일흔 살 넘는 노인에게 얼음을 내줬고, 활인서의 환자와 전옥서의 죄수들에게도 얼음을 내줬다.

여름휴가는 아니지만 공노비에게는 출산휴가가 있었다. 일반 사가(私家)의 사노비는 양반댁이 알아서 휴가를 줬겠지만(물론 휴가를 주지 않는 악덕 양반도 있겠지만) 공노비는 출산휴가를 법으로 정해놓았다.

계집종이 임신하면 100일간 출산휴가를 내렸고, 세종 12년에는 휴가 100일에 출산 전 휴가 한달을 더 보장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여기에 세종 16년 4월 남편에게도 30일 휴가를 지급하면서 오늘날 남편 육아 휴직과 같은 개념을 구사했다.

이같이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휴가‘는 특정한 것에만 사용된 개념이었다. 때문에 과거에는 ‘여름휴가‘ 보다는 오히려 ‘피서(避暑)’의 개념이 강했다. 고려 충렬왕 때에는 더위를 피해 수도인 개경을 떠나 서경으로 피서를 갈 계획을 세웠고, 관리들에게는 3일 휴가를 줬다. 이 기간에는 공사를 금하게 했다.

조선시대에는 태조 이성계는 1396년 5월 여주 신륵사로 피서를 떠났다. 1413년 6월에는 창덕궁에서 경복궁으로 행차를 했는데 피서를 떠난 것으로 해석한다.

1453년 단종은 피서할 목적으로 광연루 옛터를 세우기도 했고, 연산군은 창덕궁 후원에 새로운 누각을 경회루와 같이 짓게 했다.

피서의 가장 절정은 목욕인데 중국 주서(周書)에 따르면 고구려 사람들은 가깝고 먼 사이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냇물에서 같이 목욕을 한다고 기록돼 있다.

송나라 사람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남녀 분별없이 의관을 언덕에 놓고 물굽이 따라 몸을 벌거벗되 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언급, 목욕 문화를 묘사했다.

조선시대 양반은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는 인근 산에 올라가 상투머리를 풀어 바람으로 빗질하며 날리고, 바지를 벗고 국부를 태양의 양기 앞에 노출시켜 바람을 쐬게 하는 풍즐거풍(風櫛擧風)을 즐기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휴가’보다는 ‘피서’의 개념이 강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피서’보다는 ‘휴가’의 개념이 강하기 시작했다. 이에 ‘피서를 떠난다’라기 보다는 ‘휴가를 떠난다’라는 말이 더 강하게 작용될 정도가 됐다.

휴가란 단어만 들어도 설레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나아가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휴가철만 되면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공항 등에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물론 요즘에는 거대한 인파가 싫어서 여름휴가철을 피해 봄이나 가을에 휴가를 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휴가는 어떤 식으로 해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휴가가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도 있다.

휴가는 자신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요란한 휴가보다는 좀 조용한 휴가를 즐기는 것이 신체리듬을 위해서 가장 좋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사가독서를 통해 정신적 수양을 했던 것처럼 이번 여름휴가도 책 한 권 정도 읽어서 정신적 수양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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