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쓸 바에는 해외로 나간다

▲ 전국적으로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 22일 오후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서울 종로구에 직장을 갖고 있는 이모씨(35)는 올 여름에 휴가를 가지 않는다. 대신 가을에 휴가를 간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여름휴가가 아닌 다른 계절의 휴가가 가능하다.

이모씨는 “여름휴가를 가게 되면 붐비는 인파에 바가지요금 등이 걱정되면서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다. 피서? 차라리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을 쏘면서 근무를 하는 것이 피서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7월말~8월초 휴가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을이나 봄 등 다른 계절의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제 직장인들이 굳이 여름휴가를 고집하지 않고 있다. 다른 계절에 휴가를 즐기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여름휴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571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장기휴가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여름 성수기를 피해 다른 때 장기휴가를 다녀올 것’이라는 응답이 24.9%로 직장인 4명 중 1명은 다른 계절에 휴가를 즐기겠다고 밝혔다.

여름 성수기를 피해 장기휴가를 계획하는 직장인 중에는 9월(30.3%)이나 10월(29.6%)에 장기휴가를 계획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이어 11월(12.7%), 12월(11.3%) 순으로 나타났다.

한 홍보실 관계자는 올해 연초에 휴가계획서를 전직원들로부터 받았는데 7~8월이 아닌 9월 혹은 10월 그리고 11월이 심심찮게 발견됐다고 전해줬다.

이처럼 여름휴가가 아닌 다른 계절의 휴가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직장에서 굳이 여름휴가를 고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고 1인 가구 증가가 여름휴가라는 타이틀을 벗어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모씨는 “만약 내가 처자식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여름휴가를 갈 것이 분명하지만 나 혼자 살기 때문에 굳이 여름휴가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즉 혼자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굳이 여름에 휴가를 갈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름 대신 다른 계절의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여름휴가 대신 다른 계절의 휴가를 즐기는 이유는 우선 성수기의 비싼 바가지요금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붐비는 인파에 치이면서 휴가를 즐기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아무래도 성수기에 휴가를 떠나게 된다면 붐비는 인파에 치이고, 바가지요금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기 때문에 아예 다른 계절의 휴가를 고민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국내보다는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또 다른 현상은 성수기에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국내보다는 해외여행을 나가려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 여행을 선호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아르바이트 O2O 플랫폼 알바콜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42.1%의 응답자가 국내여행을 갈 것이라 응답했다. 뒤따른 응답으로는 ‘해외여행(18.1%)’, ‘휴식(17.2%)’, ‘계획 없이 지내는 것이 계획(6.8%)’ 등이 있었다.

이처럼 아직까지 국내여행이 압도적이지만 실제로 인천국제공항을 나가보면 여름휴가철을 맞이해 해외여행을 나가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하계 성수기인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614만명의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국내 바가지요금 등 때문이다. 국내 여행 비용이나 해외 여행 비용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국내에서 여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마다 여름휴가철만 되면 바가지요금에 불친절한 서비스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는데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 깔리면서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돈이 없어 해외로 휴가를 간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성수기만 되면 치솟는 바가지요금에 휴가를 해외로 눈 돌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도서관에서·박물관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여름휴가하면 떠오르는 것이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 등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에는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을 찾는 대신 도심을 찾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박물관을 관람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으며, 미술관 등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붐비는 인파에 치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람들이 다 떠난 도심의 여유를 즐기겠다는 사람들이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장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거나 예술작품 등을 감상하면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편이 오히려 더 낫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정서적 함양을 길러낼 수 있기 때문에 도심 속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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