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대기실에서 무슨 말 오갔나

▲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도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5분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대화에 상당히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았던 일정”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세간의 관심은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됐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 문 대통령을 영접하고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것까지가 예정된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대기실에서 5분 동안 환담을 나눴다. 이들의 환담 내용이 주로 일자리 문제였다고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의 향후 친기업 정서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당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날도 더웠고 이재용은 밖에서 기다리고

권 춘추관장은 두 사람이 환담을 나누게 된 사연에 대해 날씨도 상당히 더웠고 문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와 지하철로 준공식장에 이동했기 때문에 행사장 도착 후 넥타이도 다시 좀 매고 땀도 식히기 위해 대기실에서 5분 정도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이 부회장이 대기실 밖에서 에스코트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문 대통령이 알고 잠깐 환담을 나눈 것이며 사전에 예약된 환담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 인도가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 모두 부담되는 5분 환담

이날 환담에 대해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모두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환담을 가졌다는 것은 이 부회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정치적 부담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전임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로 인해 구속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과의 환담에서 언행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자리 창출 이외에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그동안 반기업 정서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환담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반기업에서 친기업으로 이동하나

문 대통령이 그동안 반기업 인식이 강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날 환담은 상당히 진전된 환담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환담을 계기로 기업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서는 기업과의 스킨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또한 문 대통령이 지난달 말 규제개혁 혁신과 관련해서 별다른 성과가 없자 ‘답답하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을 볼 때 반기업에서 친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로 접어들면서 고용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청와대와 문 대통령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최근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친기업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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