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외부칼럼 핫뉴스
미얀마에서 온 편지(15) 길을 떠나며 #5. 여행의 짐 줄이기티처 정 / 미얀마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
▲ 잎담배를 만드는 공장.

인생도 여행입니다. 사람과의 여행입니다. 여행을 떠날 때 짐을 줄이듯 인생도 짐을 줄여야 합니다. 우리 삶은 짐과의 싸움입니다. 짐이 많은 여행은 짐과의 싸움이지 홀가분한 여행이 아닙니다. 짐에 눌린 삶은 짐과의 싸움이지 풍요로운 삶이 될 수 없습니다.

요즘 짐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하신 말씀. 사도 바울이 “형제들아 우리가 빚진 자로되”라고 하신 말씀. 우리는 짐과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짐은 줄일 수는 있어도 작별할 수는 없습니다. 빚은 작은 빚은 갚을 수 있어도 큰 빚은 갚을 수 없습니다. 빚은 탕감받을 수 있지만 짐은 평생 누구나 짊어지고 갑니다.

저는 요즘 해외에 다닐 때, 짐이라곤 작은 배낭 하나라 출국 때도 ‘짐없는 탑승객’ 줄에 서서 편하게 티켓팅하고 도착해서도 바로 나옵니다. 예전에는 아무리 긴 여행일지라도 칫솔 하나만 안주머니에 넣고 다녀 일행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현재 복장에 여권과 항공권과 지갑, 수첩과 볼펜 하나면 끝입니다.

▲ 양곤항의 수상택시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해외여행을 처음 다닐 때입니다. 회사 선배들과 다닐 때라 여자 선배들 짐은 들어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사람의 가방이 손가방에 큰 핸드캐리에 큰 배기지까지 3개라 2개는 제 차지가 되어 다섯 나라를 돌아다녔습니다.

일도 하고 관광도 하며 나라들을 다녔는데 비행기를 5번 탔습니다. 그 짐에 무엇이 들었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나중 보니 거의가 옷입니다. 그 시절에는 다 가방이 많았습니다. 해외가기 힘든 때였으니까요. 나중에 돌아오니 아름다운 관광지 생각은 하나도 안나고 제 짐을 목에 두르고 짐을 끌고다닌 모습밖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여행을 몇번 하고 나서 제 짐부터 줄이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같이 가는 일행도 줄이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줄이고 다녀보니 다들 편하다고 합니다.

줄이는 방법도 갈 때마다 고민입니다. 옷은 편한 옷으로 입습니다. 속옷, 양말, 티셔츠들은 현지에 가서 삽니다. 그날그날 빨아 입습니다. 두 벌을 가져가면 짐이 늡니다. 선물을 사면 모아서 그 나라 우체국에 가서 한국으로 다 부칩니다. 휴대폰과 카메라, 예전엔 따로따로 가져가야 했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두고 가서 현지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았습니다. 치약, 비누, 샴푸는 호텔에 다 있으니 됐는데 칫솔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각 나라 돌아다녀도 한국제품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별명이 ‘칫솔을 든 남자’가 됐습니다.

▲ 인도차이나에서 흔히 보는 호텔의 간단한 아침식사.

이사할 때도 이사할 때만 필요한 짐이 있습니다. 책들과 안쓰는 집기, 유행이 지난 옷과 전자제품들. 어느날부터 이사할 즈음엔 옷은 필요한 데로 보냅니다. 책들은 아끼는 거라 고민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마을회관에 1만여 권을 기증했습니다. 머리맡에 대여섯권만 있으면 됩니다. 자꾸자꾸 보내고 버리다보면 심플해집니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짐을 끌어안고 삽니다. 하지만 인생의 짐에는 줄일 수 없는게 너무 많습니다. 가장 무거운 부양의 짐, 주변 사람과의 관계의 짐, 남에게 빚진 자로서의 짐, 노후를 위한 경제의 짐 등. 결코 줄일 수 없는 짐입니다.

하지만 짐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여행하면서 줄여보고, 이사하면서 줄여보고, 작은 일부터 줄이다보면 크디큰 인생의 짐도 줄일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자기 짐을 목에 두르고 남의 짐까지 들고 비행기를 탈 수는 없습니다. 내가 가벼워야 남의 것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자녀들도 때가 되면 끌어안지말고 독립하게끔 도와줘야 합니다. 때로는 사람과도 작별해야 합니다. 빚진 자로서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노후를 위해 걱정하기보다 현재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끌어안고 있는 짐을 다 안고 가려면 탐욕이 생기고 그 탐욕이 또하나의 짐이 됩니다. 가장 무서운 짐이 탐욕의 짐입니다. 저도 그 탐욕의 짐을 지고 살았습니다. 그것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현재의 짐을 줄이면서부터 탐욕은 사라지고, 남의 짐을 들어줄 마음이 생겼습니다.

길을 떠나면서, 짐을 줄입니다. 인생은 빈 손의 여행입니다.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것은 주님께 맡깁니다.  

 

----티처 정 프로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요신문 사회부장
경향신문 기획팀장
MBN 투자회사 엔터비즈 대표이사
현 희망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고문
현 미얀마 고아와 난민을 위한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으로 양곤에서 근무
e-mail: mpr8882@hanmail.net

 

뉴스워치  webmaster@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워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