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어기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이번에는 허위계산서 발행 파문에 휩싸였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전직 과장이 340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매입한 혐의가 포착,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이번 범행이 무슨 목적에 의해 그리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이 업체 전직 과장 A씨(4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1월 8일부터 2015년 7월 31일까지 거래처인 B 플라스틱 도·소매업체에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한 것처럼 꾸며 340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업체는 다른 C 플라스틱 도·소매 업체에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고, C 업체는 같은 수법으로 다른 업체 7곳에 또다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행된 허위 세금계산서 액수는 1200억원대로 불어났다.

이를 두고 무슨 목적에 의한 것인지 여부와 조직적 범죄 개입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매출 실적을 올리고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거래처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기업 내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기준(상장사 30%) 이상이고, 내부 거래가 연간 200억원이나 총 매출의 12% 이상인 기업인데 이 회사가 이에 해당되는 기업이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업체는 그동안 정의선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총 29.9%의 지분을 갖고 있어 편법으로 규제를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울러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에서 올린 매출도 총 매출의 65%에 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매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계양경찰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것인지 비자금 조성을 위한 것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거래 비중 줄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시점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기 전이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 줄이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리고 조직적 범죄 여부도 의혹의 중심으로 치닫고 있다. A씨 개인이 허위세금계산서 발행·매입하기에는 큰 액수이기 때문이다. A씨는 매출 실적을 올리라는 지시를 받고 허위 세금계선서를 발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줄 수 없지만 A씨가 내부감사에 의해 징계 해고 조치된 전직 지원이며, 현재 배임이나 사기 등으로 인해 회사에 고소된 상태이고 이미 1심에서 유죄 확정 판결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A씨가 비도적적 인물이기 때문에 이번 허위세금계산서 발행·매입 역시 개인적인 범행이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내부감사 내용과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내용이 동일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내용인지에 대해 질문을 하자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내용을 아직 파악해서 동일한 것인지 다른 내용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서 이 업체 관계자는 “그 역시 경찰 수사가 파악이 되지 않아서 답변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개인 혼자 발행·매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직적 개입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사건의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내용이 제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공정위가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면 현대글로비스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내부거래 등으로 인해 구설수에 많이 오르내린 회사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 경영권 승계에 현대글로비스가 동원됐다는 비난을 받아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