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탄소중립과 관련된 이슈가 늘어나며 시장 지속적 성장세 보여
글로벌 환경규제 영향으로 전세계 재활용 사업 규모 급속하게 확대돼
2024년 전세계 시장 규모 약 45조원 성장 전망…대기업 본격 진출 붐
LG화학·SK지오센트릭·롯데케미칼·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도전
‘화학적 재활용’ 기술 주목…여러 번 재활용해도 품질은 그대로 유지

지난해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 관련 전시회인 ‘2021 서울모빌리티쇼(Seoul Mobility Show·구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기아에서 ‘플라스틱 업사이클’(PLASTIC UPCYCLE)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최양수
지난해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 관련 전시회인 ‘2021 서울모빌리티쇼(Seoul Mobility Show·구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기아에서 ‘플라스틱 업사이클’(PLASTIC UPCYCLE)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최양수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전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인식되면서 재활용 시장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계의 골칫덩이였던 폐플라스틱 쓰레기가 점차 정유화학기업들이 주목하는 최고의 ‘미래 먹거리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일회용 커피잔, 배달음식 용기 등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플라스틱은 사용 후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O/ο)의 확산세까지 겹치면서 일회용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CO₂) 실질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과 관련해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달성 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리사이클(Recycle·재활용)은 핵심 키워드가 됐다.

2020년 기준 전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약 3억6700만t(톤)이고 이중 재활용률은 단 9%다. 12%는 소각되며 나머지 79%는 매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연간 12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버려지고 있으며 현재 바다에는 1억6500만t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돌고 있다. 바다를 떠돌던 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크기로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플랑크톤이나 물벼룩, 작은 물고기를 거쳐 먹이사슬 최상위인 우리 인간들이 섭취해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지구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됐다. 최근 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자원을 절약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순환경제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로 인해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재활용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이미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탄소중립 등 환경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 규모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런 시장 선점을 위해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등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폐플라스틱 관리 시장은 지난해 약 345억6412만달러(약 41조967원)에서 오는 2024년 378억6000만달러(약 45조115억원)로 커진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3.05%다. 

전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할 수 있는 열분해유 기준으로 2020년 70만t에서 2030년 330만t 규모로 연평균 17%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2010년대 후반부터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18년 이전까지 선진 시장 폐플라스틱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자국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2018년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격 금지했고 이를 계기로 각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거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규제들이 속속 도입됐다.

한국에서는 2018년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 정책의 영향으로 한때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20년 대비 20% 줄이고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70%로 상향한다는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정유화학업계는 미래 먹거리로 평가 받는 폐플라스틱 관련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이미 SK지오센트릭과 LG화학, 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대표 정유화학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과 양산 체제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크게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과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 기술로 나뉜다.

기계적 재활용은 사용 후 플라스틱을 원료로 분쇄·세척·선별·혼합 등의 기계적 처리 과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과정이다.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조기에 사업화할 수 있어 현재 대부분의 플라스틱 재활용이 기계적 재활용 기술을 이용한다.

국내에선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기계적 재활용 기술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원료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을 생산하고 있고 롯데케미칼은 ‘프로젝트 루프’(LOOP) 사업을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를 활용한 PP(폴리프로필렌)와 ABS 등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기계적 재활용 공정은 재활용 과정을 거치면서 물성이 바뀌거나 품질이 낮아지고 여러 화학제품이 혼합되거나 오염도가 높은 플라스틱에는 적용할 수 없어 재활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고분자 형태의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로 폐비닐에 열을 가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납사를 추출하는 열분해유 기술이 대표적이다.

여러 번의 재활용에도 처음의 물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다수의 화학 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SK geo centric·옛 SK종합화학)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선두 주자다.

지난해 사명까지 바꿔가며 친환경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본격적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이 원료로 전환되는 것을 ‘도시유전’이라고 표현하며 미래 신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자사의 국내 플라스틱 총 생산량(연간 90만t)을 2027년까지는 글로벌 플라스틱 총 생산량(연간 250만t)을 직간접적으로 재활용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미국 열분해 전문업체 브라이트마크와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등 해외 기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 역량을 확보했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협업해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공장은 오는 2024년 상업 가동할 계획으로 연간 20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와 함께 합작법인(JV·Joint Venture)을 설립하고 PP 재활용 공장도 가동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차량내장재나 배달 식품 용기 등을 재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만든 열분해유를 울산공장에 투입해 석유화학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데 국내 최초로 성공하기도 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처리량 기준 연 10만t 규모의 열분해 설비와 8만4000t 규모의 해중합 설비, 5만t 규모의 고순도 PP 추출 설비 등을 국내에 확보할 계획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기계적 재활용 기술과 병행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2024년 1분기까지 충남 당진 공장에 국내 최초 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버려진 과자 봉지, 즉석밥 비닐 뚜껑 및 용기 등에서 폴리에틸렌(PE) 또는 PP을 열분해 해 플라스틱의 초기 원료인 나프타를 추출한 뒤 석유화학 공정에서 활용할 방침이다.

또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울산 2공장에 11만t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PET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를 원유 정제 공정에 투입해 나프타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나프타는 인근 석유화학사에 공급돼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열분해유 100t을 정유 공정에 투입해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안정성이 확보되면 투입량을 늘릴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플라스틱 공병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복합수지는 가전 부품 등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기능성 플라스틱으로 국내 정유사 가운데 GS칼텍스만 생산한다. GS칼텍스는 2010년부터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 사업을 시작해 현재 연간 2만5000t을 생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SKC와 SK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도 화학적 재활용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이용해 제품 상용화에 나선 곳도 있다. SK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생산한 원료를 50% 사용한 소재인 ‘에코트리아 CR’을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세계 10대 화장품 브랜드 용기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등 친환경 이슈가 부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EU(유럽연합)에서 적극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는 상황에 있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향후 미래 먹거리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친환경과 함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비스니스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기업들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본격화되자 기존에 재활용 사업을 맡아온 영세 사업자들은 새 경쟁자의 등장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지난해 10월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을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했다.

플라스틱 재활용품 수집과 운반 및 선별 작업은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업체들이 도맡아온 업종이었는데 대기업이 사업에 진출하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현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계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청 결과는 심의 과정을 거쳐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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