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탄소중립 정책으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 시장 급부상…기름 추출 등 개발 나서
폐플라스틱 재활용, 자원순환·탄소중립에 큰 기여 전망…환경보호 사회적 가치 실현
2050년 600조원 규모, 연평균 성장률 7~12% 전망…효성·SK·LG 등 관련 투자 확대
SK지오센트릭,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 비전 공개…현대오일뱅크, 친환경 납사 생산
두산중공업, 폐플라스틱·폐비닐로 수소 생산…LG화학-쿠팡, 플라스틱 생태계 구축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 관련 전시회인 ‘2021 서울모빌리티쇼(Seoul Mobility Show·구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기아에서 ‘플라스틱 업사이클’(PLASTIC UPCYCLE)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최양수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 관련 전시회인 ‘2021 서울모빌리티쇼(Seoul Mobility Show·구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기아에서 ‘플라스틱 업사이클’(PLASTIC UPCYCLE)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최양수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최근 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계의 골칫거리였던 폐기물이 최고의 ‘미래 먹거리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자원을 절약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순환경제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국제적인 이상기후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금세기 내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지구의 환경이 악화돼 인간과 동식물, 자연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어쩌면 지구의 생명체들이 멸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의 전분야에서 친환경은 대세가 됐다. 특히 환경파괴 주범으로 취급받던 플라스틱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계가 기후대응을 위한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버려진 페트병에서 기름을 추출하고 수소를 생산하며 실을 뽑아 옷으로 재활용하기도 하고 땅 속에서 빨리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을 개발해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야말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새로운 금맥으로 재탄생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7~12%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50년 600조원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만들어진다고 분석돼 성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시장연구기관인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폐플라스틱 관리시장은 2021년 345억6412만달러(약 40조8237억원)에서 연평균 3.05% 성장해 2024년 378억6000만달러(약 44조72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아큐먼 리서치 앤드 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18년 68억달러(약 8조원)에서 2026년 125억달러(약 15조원) 수준으로 두 배가량 몸집을 키울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은 올해 451억달러(약 54조원)에서 2026년 650억달러(78조원)까지 연간 7.5%씩 상승할 전망이다.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t(톤)에서 2020년 4억6000만t으로 230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재활용률은 9%에 머물고 있으며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이에 따라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자원순환 및 탄소중립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탄소중립 바람에 맞춰 재생 플라스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경영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글로벌 환경규제와 함께 강화되는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환경 보호·사회적 가치 공헌·지배구조 윤리경영)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사업성도 좋아 일석이조란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글로벌 기준 2050년까지 약 600조원 정도로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은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시장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친환경 시대에 발맞춰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재활용 생태계 및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SK geo centric)은 지난 9월 SK종합화학에서 사명을 바꾸고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유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 나경수 사장은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1차 목표로 SK지오센트릭의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에 해당하는 90만t(톤)/년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설비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며 이에 더해 친환경 소재 확대 등 2025년까지 국내·외에 약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는 SK지오센트릭의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 100%에 해당하는 연 250만t/년을 직·간접적으로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해마다 전세계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폐플라스틱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1월 18일부터 우선 100t의 열분해유를 정유공정에 투입해 실증 연구를 수행, 안전성을 확보한 뒤 투입량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열분해유 원료 도입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배출 저감과 국내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보유중인 DCU(Delayed Coking Unit·열분해공정)를 활용해 향후 연간 5만t 규모의 신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투입을 친환경 제품 생산 과정으로 공식 인증 받기 위한 절차도 진행 중이다.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and Carbon Certification)등 국제 인증기관을 통해 친환경 인증을 받고 생산된 납사는 친환경 제품인 ‘그린납사’로 판매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폐플라스틱·폐비닐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두산중공업은 폐플라스틱 연속식 열분해 전문기업인 리보테크와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까지 하루 0.3t 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 개질기를 개발해 경상북도 문경시에 위치한 리보테크에 설치, 운전할 예정이다. 이후 실증과제를 통해 폐플라스틱으로부터 하루 3t 이상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송용진 부사장은 “매년 국내에 8백만t 이상의 폐플라스틱이 배출되는데 이 중 매립, 소각 및 SRF(고형폐기물) 원료가 되는 약 4백만t의 폐플라스틱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폐플라스틱 수소화로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생산된 수소는 추후 연료전지, 수소가스터빈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LG화학은 쿠팡과 ‘플라스틱 재활용 및 선순환 생태계 구축’ MOU를 체결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버려지는 3천t 규모의 플라스틱 소재 스트레치 필름을 수거,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원료로 만드는 PCR(Post-Consumer Recycle) 기술 적용 및 포장재 생산, 이를 쿠팡에 공급하는 구조다.

PCR 제품은 재활용 수지의 품질을 높이려 기존 제품과 일정 비중으로 섞어 만드는데 LG화학은 PCR 원료 함량을 최대 60%까지 유지하면서 기존 제품과 동등한 물성이 구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양사는 쿠팡 프레시백을 활용해 에어캡 완충재 등 배송 폐기물도 함께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으로 언택트 시대에 급증한 배송 폐기물 감소와 자원 재활용률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성우 LG화학 석유화학 글로벌사업추진 총괄 부사장은 “다양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상용화시키고 자원 선순환 및 순환 경제에도 앞장서는 대표적인 지속가능 선도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SK케미칼과 휴비스는 국내 최초로 ‘케미칼 리사이클’(화학적 재활용) 기법을 활용한 친환경 폴리에스터 원사 ‘에코에버’를 개발하고 있다. 에코에버는 버려진 페트병을 화학 공정을 통해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게 특징이다. 물리적으로 재활용하는 것보다 미세 이물질 유입이 적어 품질이 높다는 게 SK케미칼의 설명이다. 

지난 10월 말부터 생산에 들어갔으며 현재 휴비스에서 아웃도어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화학섬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6.3% 늘어난 840만t으로 관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SKC는 버려진 비닐 등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6월 일본 벤처기업 간쿄에네르기(환경에너지)와 MOU를 맺고 울산공장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파일럿 설비를 짓고 있다. 

2023년까지 상업화 설비를 구축해 연간 5만t 이상의 폐플라스틱으로 3만5000t 이상의 열분해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SKC는 우선 열분해유로 보일러 연료를 생산하다가 불순물 제거 수준을 차츰 높여 플라스틱 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재생 폴리에틸렌(PCR-PE) 포장백을 자체 개발해 자사 제품 포장에 활용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폐폴리스티렌을 열분해해 얻은 재활용 스티렌으로 주력제품인 고성능 합성 고무를 만들어 국내외 타이어 제조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노스페이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패션 브랜드는 올해 출시한 일부 겨울 의류 제품에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섬유 ‘리젠서울’을 적용했다. 리젠서울은 서울 금천, 영등포, 강남 등에서 수거된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다. 리젠서울은 쌀알 크기로 파쇄한 페트병 조각을 가공해 액체로 만든 뒤 뽑아낸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말한다. 티셔츠 한 벌에 500㎖ 페트병 8개, 후리스 한 벌에 20개가 사용된다.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들 경우, 일반 섬유 옷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50% 더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도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의류 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효성티앤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 매출액은 315억원으로 2016년(30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45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넘어섰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은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리젠의 판매량이 늘면서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8월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기업 ‘gr3n’과 플라스틱 화학 재생기술 사업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gr3n'은 독자적인 폐PET(폴리에스테르) 화학적 재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열처리를 통한 기계적 재활용 공법은 폐플라스틱에 포함된 불순물 제거에 한계가 있지만 gr3n의 화학적 재활용 공법은 오염도와 상관없이 고순도 원료를 추출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gr3n으로부터 친환경 재생원료를 공급받아 재활용 PET(recycle PET) 칩을 제조할 방침이다.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친환경 재생 플라스틱 사업에 필요한 핵심 역량과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번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글로벌 ESG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실천해가는 기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쉽게 분해되는 일명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화학·소재업체 SKC는 최근 식품업체 대상, 종합상사 LX인터내셔널과 총 1800억원을 투자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BAT’ 생산 및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PBAT는 자연 분해에 500년이 걸리는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1년 미만의 짧은 기간에도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게 특징이다.

이 합작법인은 오는 2023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연산 7만t 규모의 국내 최대 PBAT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인데, 현재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두 번째 규모다. LG화학과 티케이케미칼, 코오롱인더과 SK지오센트릭도 올해 PBAT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탄소중립, 자원순환 환경보호 사회적 가치 실현, ESG 경영 실천 등 다각도로 활용이 가능한 지속가능 경영을 완성할 수 있는 투자가치가 높은 미래 먹거리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며 “다만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규제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원자재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도 맞닿아 있어 정부 지원이 필요한 ‘성장 사업’의 핵심 분야다”고 설명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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