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 “후순위 고위험 투자지만 유동성 확보”
삼성 “선순위 안정적 투자 위주, 문제없다”

국내 최근 부동산 시장 경기불황으로 인해 부동산 PF의 주요 투자자인 증권업계에 건전성 리스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 단지 개발 모습. / 사진 =연합뉴스
국내 최근 부동산 시장 경기불황으로 인해 부동산 PF의 주요 투자자인 증권업계에 건전성 리스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 단지 개발 모습. / 사진 =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부동산 PF발 금융위기 경보를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시각이 갈리고 있다. 지난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메리츠증권·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충분한 리스크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혹시 PF 리스크가 현실화 되면 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은 PF발 금융위기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국내 주요 25개 증권사들 중 2022년 10월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투자(신용공여) 규모가 가장 큰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86.2%, 1조2188억원), BNK투자증권(68.1%, 7201억원), 현대차증권(63.2%, 7699억원), 교보증권(53.5%, 7803억원), 다올투자증권(53.4%, 5297억원), IBK투자증권(50.6%, 5254억원) 순이다.

이들은 PF투자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적지만 자기자본 대비 PF투자 비율이 모두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만약 PF대출 상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급격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의 PF투자는 브릿지론 후순위, 위험성이 높은 투자에 집중되면서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증권사 CEO간담회에서 “올해는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부동산 PF 관련 건전성 리스크가 증권업계에도 주요 위험요인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되고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재발하는 등의 잠재위험요인에 대비해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비상계획을 탄탄하게 수립하는 등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지적했다.

PF투자비중이 높은 중소 증권사 중 한 곳인 다올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한 부동산 PF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지만 PF의 전체 규모는 업계 대비 중소형 수준이고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놨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부동산 PF 신용공여 금액은 지난 3월 기준 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대비 31.1% 증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5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지난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우리금융그룹에 매각하면서 2125억여원을 확보했다”며 “설사 PF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감당할만한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올은 올해 고위험 PF투자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증권사 PF 규모는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사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PF 신용공여 규모별 빅5는 삼성증권 2조6435억원, 메리츠증권 2조2085억원, 한국투자증권 1조9205억원, KB증권 1조8867억원, 미래에셋증권 1조3473억원 순으로 이들 5개사가 주요 25개 증권사 PF투자금액의 46.6%에 달한다.

이 중 삼성증권의 PF 신용공여 액수는 전년 동월 3조900억원 대비 14.4%나 감소했고 자기자본 대비 PF 신용공여 비율도 50.8%에서 43.6%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PF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형사들의 PF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다. 대형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PF투자라도 언제 어떻게 들어가느냐와 담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리스크가 전혀 달라진다”며 “건설시장이 침체되고 있지만 우리는 안정적으로 PF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메리츠·미래에셋 등 주요 대형사들의 경우 대부분 선순위 PF를 운용하고 있으며 토지에 대한 일순위 수익권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설사 개발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것이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것이다. 대형사 소속 또다른 관계자는 “PF 리스크는 선순위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대형사보다는 중·후순위에 투자금이 집중된 중소사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부동산 시장에 집행한 PF대출의 규모별 회수기간. 출처= 나이스신용평가
증권업계가 부동산 시장에 집행한 PF대출의 규모별 회수기간. 출처= 나이스신용평가

금융감독원도 PF리스크가 대형사보다 중소사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모든 증권사가 PF 위험에 노출된 것은 아니며 부동산 PF라고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3일 증권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언급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춘 증권사’란 대형사라는 설명이다.

이복현 원장은 당일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춘 증권사는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취약부문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등 시장 안정에 큰 힘을 실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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