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북미 출장 12일 만에 중동行…현지 네트워크 강화 위한 중동 출장
최태원 회장, 국제 포럼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참석…범태평양 지역 공조 강화
정의선 회장, 올해만 미국에 다섯번 방문…지난달 말부터 미국 동부서 일정 진행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리스크 증가…위기 해소 위한 행보
글로벌 위기 맞서 신시장 개척·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 위해 총수가 직접 발로 뛰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위해 6일 오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위해 6일 오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O/ο)의 확산으로 인해 전세계가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로 인한 글로벌 리스크의 증가로 전세계 경제 상황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최근 해외 출장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밤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달 24일 열흘간의 캐나다·미국 등 북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12일 만이다.

여독이 완전히 풀리기도 전에 다시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것은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한 이 부회장의 엄중한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난 후 오후 10시께 김포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UAE(United Arab Emirates·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데 재판부 사정으로 이번 주에는 재판이 월요일로 앞당겨지면서 다음 공판 기일(16일)까지 9일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겨 해외 출장을 갈 수 있게 됐다.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해외 입국자는 10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임원급 등 기업의 필수 인력’에 해당해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도 ‘기업인 패스트트랙’을 정부 기관에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이날 재판은 오후 7시께 종료됐는데 이 부회장은 재판이 끝난 지 약 3시간 만에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의 목적과 만나는 사업 파트너, 관심 있게 보는 사업 분야에 대한 질문에 따로 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 부회장은 “목요일(9일)에 돌아옵니다”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이 부회장의 중동 출장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최근 다녀왔던 북미 출장과 달리 이번 중동 출장에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찾아 중동의 정상급 리더들과 만나 그동안 단절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출장에선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2년여 만에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또 UAE의 사실상 2인자로 꼽히는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의 만남도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당초 지난 1월 코로나19 백신 조기 도입 방안을 모색하고 삼성전자와 UAE 기업간 5세대 이동통신(5G·IMT-2020), 반도체 등 미래사업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부다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따라 재수감되면서 불발된 바 있다.

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그린에너지 등 사우디 시장 확대 계획을 발표한 만큼 이 부회장이 현지에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중동을 방문한 뒤에는 유럽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삼성’을 강조한 이 부회장이 기회가 될 때마다 시간을 쪼개 해외를 찾아 최신 흐름을 읽고 새로운 트렌드를 확인하는 한편 새로운 신사업 기회 등 성장 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이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2주간 겨울철 휴정기를 갖는 데 이 기간을 이용해 이 부회장이 또 다시 해외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2회 2021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최양수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2회 2021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최양수

재계 맏형으로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5일 오후 한 달 만에 또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DC 교외 샐러맨더에서 현지시간으로 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최종현학술원 주최 국제 포럼인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Trans-Pacific Dialogue) 참석차 출국했다. 지난 10월 미국 출장 후 약 한 달만으로 올해만 세 번째 미국행이다.

이 포럼은 그간 범태평양 지역의 민간 외교와 정책 공조 필요성을 강조해온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최종현학술원이 출범한 국제 행사다. 

해당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해법을 찾고 경제·외교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만들어진 포럼으로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재계 인사 등이 한 자리에 총집결해 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집단지성의 플랫폼이다. 

전·현직 고위관료를 비롯한 미국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민간 외교의 장으로서 현지 네트워크 구축의 기회이기도 하다.

또 최 회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도 이날 인터뷰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미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을 위한 전제조건(precondition)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 받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최 회장은 “반도체 제조 시설(fab)을 짓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도전이다”며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가 미국 포드와 미국 내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기로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선 “거의 20년 동안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 배터리 사업을 해왔다”며 “많은 돈과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 노력을 걸었지만 여전히 돈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CAPEX) 규모가 엄청나 가끔은 무서울 정도(scared)다”며 “자본 지출을 절약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원조 장비 제조업체와 합작 투자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시장 상황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고 나면 모든 사람이 전기 자동차를 갖고 싶어할 것이다”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 중임을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 워싱턴D.C에 방문해 대한민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미국에서 경제외교를 펼쳤다.

지난 10월에도 미국에 방문해 고위급 정·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한 후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에 합류해 주목 받았다.

또 내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해외 현장 경영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제2회 2021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최양수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제2회 2021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전시장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최양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과 유럽, 인도네시아를 차례로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1월 말부터 미국 동부에 머물며 출장 일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0월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약 3주간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출장을 다녀온 지 한 달만으로 올해만 미국에 다섯 번 방문했다.

정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지난해 델라웨어에 설립한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UAM) 현지법인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 등을 점검했다. 이 후 워싱턴DC를 찾아 미국 내 주요 인사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UAM 법인 이름을 ‘슈퍼널’로 확정했으며 워싱턴DC에 본사를 두고 내년 캘리포니아에 연구시설을 개설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74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2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세에 각 기업들은 해외 출장 자제와 회식금지 등 긴급 조치를 시행 중에 있는 등 글로벌 경영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이런 위기를 반영한 듯 국내 기업 총수들이 위기 해소를 위한 해외 출장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왔던 해외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현지 협력 등이 절실한 상황으로 가고 있으며 위기 리스크를 관리하고 내년 사업구상 등을 위해서라도 총수가 직접 발 벗고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의해 해외 출장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향후 국내 기업 총수들의 해외 출장 행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위기 맞서 신시장 개척, 미래 먹거리 발굴,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 위해 총수가 직접 발로 뛰어 해외 사업에서의 우군을 더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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