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ESG경영·은행 및 카드업계 ESG채권발행 증가·2금융권도 동참
글로벌 녹색금융 투자 활성화…국내 녹색금융공사 설립 필요성 대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난해부터 불어온 녹색바람이 올해 금융권 화두가 됐다. 금융권은 ESG 경영을 내세우며 녹색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1금융권 및 2금융권은 물론이고 공기업에도 ESG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녹색금융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은 용어다. 특히 ESG는 개별 기업 철학을 넘어서 자본시장, 그리고 국가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금융권에 녹색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금융지주, 적극적인 ESG 경영 방침 눈길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ESG경영방침 및 계획은 더욱 또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16일,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통해 '2021년 회장 성과평가'의 비재무 지표로 플랫폼 금융 중심 원컴퍼니(O.N.E Company)와 ESG 경영 실천 등 두가지를 새롭게 선정했다. 이전까지 비재무 판단 기준과 달라진 모양새라 주목할 만하다. 늘 그룹중점과제로 거론됐던 글로벌 성과기준을 제외하고 세계적 추세가 된 ESG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서 진행한 ESG등급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우리금융을 제외한 주요 은행지주사 중 가장 낮은 점수다. 이에 따라 ESG경영실천에 주력하고 CEO평가 지표로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하나금융은 ESG경영 실천 일환으로 그룹 내 '하나 용기내 챌린지-善블러 캠페인'도 실천한다. 앞서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전 임직원에게 텀블러를 지급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서왔다. 이에 더해 임직원과 고객들에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일상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 대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해 일회용품 폐기물 처리 이슈가 대두되는 현 상황을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인식하고, 일상 생활 속 일회용품 배출 감소를 통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신한금융은 지난 12일, 국내 금융사 최초로 그룹의 ESG 주요 활동 및 성과를 요약한 보고서인 'ESG 하이라이트'를 발간했다. 'ESG 하이라이트'에는 그룹 ESG 경영 3대 전략 방향인 친환경·상생·신뢰와 5대 핵심 전략인 △Zero Carbon Drive △Triple-K 프로젝트 △Hope Together SFG △사회다양성 추구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반으로 지난 한 해동안 추진한 그룹의 주요 ESG 활동과 앞으로의 추진 계획이 담겨 있다. 특히 신한금융은 동아시아 최초로 선언한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 추진을 통해 2030년까지 자산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38.6% 감축하고, 친환경 금융 지원금액을 3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한 성과도 로드맵으로 제시했다. 상반기 말에도 ESG 관련 그룹의 상세 활동과 정량적인 데이터를 추가해 'ESG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ESG 경영 관련 공시 확대를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금융의 환경, 사회적 역할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국내 산업 전반에 ESG 경영을 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도 ESG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ESG경영 실천을 추진 중이다. KB금융은 지난 2019년 9월 ESG 전략 방향을 수립한 데 이어 2020년 1월에는 그룹의 전 계열사가 함께 'ESG 이행원칙'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해 3월에는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그룹 ESG 전략을 수립하는 등 ESG 경영체계를 확립하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일찌감치부터 ESG를 강조해온 금융권 인사로 손꼽힐 정도다.

이에 더해 KB금융은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인 'KB 그린웨이(GREEN WAY) 2030'을 수립, 오는 2030년까지 KB금융의 탄소배출량을 25% 감축(2017년 대비)하고 현재 약 20조원 규모의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 덕에 KB금융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등급평가에서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전 부문 모두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KB금융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ESG투자방침을 내세우는 블랙록은 지난 2월, 7년 만에 KB금융지주 주식을 1% 넘게 사들여 지분율을 6.02%로 높였다. 이를 두고 블랙록이 KB금융의 ESG경영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ESG채권 발행 증가세 '착한 투자'·'그린뉴딜 정책'과도 부합

각 금융지주들이 ESG경영 철학에 따른 실천방안과 사업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면 시중은행들은 지주사들의 방침에 따르는 가운데 ESG채권 발행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11일 기준 채권 발행규모는 32조 6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흐름대로라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ESG 채권 발행 규모가 크게 증가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KB국민은행은 17일, 1000억원 규모의 원화 녹색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행된 채권은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발행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절차·기준을 준수했다. 조달 재원은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 국내 저탄소 녹색 사업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26일에도 5000억원 규모의 원화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바다. 당초 3500억원 규모를 예상했지만 수요예측의 2배 이상이 몰려 발행액을 1500억원 높이게 됐다. KB국민은행은 BIS비율 제고와 ESG경영의 일환으로 지속가능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면서 "조달한 자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등 ESG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라 밝혔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경우 2월 17일, ESG 인증 최고등급을 받아 1조500억원의 중소기업금융채권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5000억원 규모의 ESG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IBK기업은행은 이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하나은행은 지난 1월, 5억 유로 규모의 중장기 외화채권을 발행했고, 우리은행은 5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외화 선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등 글로벌 ESG채권 발행에도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에 이어 카드업계도 ESG채권에 한창인 모습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11일 1년 6개월물 700억원, 2년 1개월물 1300억원, 3년물 1200억원, 5년물 1300억원 등 총 4500억원 규모로 ESG채권을 발행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카드 역시 2억 달러 상당의 해외 ESG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 가맹업자 자금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카드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 심리에도 불구하고, 우리카드에 대한 높은 대외 신인도와 ESG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발행조건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SG채권의 경우 착한 투자라는 인식과 더불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도 부합한다. 성공적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ESG채권 발행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SG 경영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꼽히는 탈(脫)석탄과 탄소중립 (사진=연합뉴스)
ESG 경영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꼽히는 탈(脫)석탄과 탄소중립 (사진=연합뉴스)

◇ 제2금융권도 녹색금융 동참, 제 1금융권보다 규모 적지만 일상과 밀접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도 녹색금융을 중심으로 한 ESG경영에 활발히 동참하는 분위기다.

16일, 웰컴저축은행은 ESG 경영 본격화 방침을 밝히고 사무환경을 '그린오피스'로 바꾸는 방침을 밝혔다. 전 영업망과  내부 보고 과정에서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결재를 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저축은행은 지난달 5일,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캐롯손해보험 등 5개사와 함께 국내외 석탄발전 관련 투자와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석탄발전소를 짓기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참여하지 않고 관련 특수목적회사(SPC)에서 발행하는 채권도 인수하지 않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페퍼저축은행은 전기차와 수소차로 자동차 담보대출을 신청하면 연 2~4%포인트, 하이브리드 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연 1~2%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해주는 '친환경 금융상품'으로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제1금융권에 비해 ESG경영 규모는 작을 수 있겠지만 일상과 보다 밀접한 녹색금융 활동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ESG 경영 뒷받침할 녹색금융공사 설립 필요성 대두

금융권의 ESG경영바람은 공기업으로도 불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16일, 올해 수립한 사회공헌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캠코는 올해 사회공헌 추진목표를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회에 대한 포용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는 캠코'로 정하고 나눔과 일자리 지원,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ESG 경영을 확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성유 캠코 사장은 "캠코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확대하고, 포용 금융 정책에 걸맞은 나눔활동을 이어가겠다. 지원받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배려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녹색바람에 민간 기업의 녹색금융시장 참여를 촉진하고 초기 사업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녹색금융공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15일 열린 '美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녹색금융 패러다임 전환' 토론회에서 "녹색금융의 지속 성장을 위해 녹색금융공사가 필요하다"면서 "만약 금융공사 설립이 어렵다면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을 정해 정책 금융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유엔(UN) 산하 녹색기후기금(GCF)의 박형건 팀장 역시 이날 토론회를 통해 미국, 영국, 일본 등 12개 국가에만 녹색금융을 전담하는 27개 기관이 있다고 예를 들며 "세계적으로 녹색금융기관 설립이 추진 중"이라고 한국녹색금융공사 설립 필요성에 힘을 보냈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재생에너지 제조업계의 애로사항으로 공장 신증설과 장비 혁신·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 재생에너지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을 위한 초기자금 마련 등이 있다. 한국녹색금융공사의 설립을 통해 이 같은 산업 내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산업을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에 더해 지난해 11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녹색금융공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긴 '기후금융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안'을 밝히는 등 녹색금융공사 설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권의 활발한 ESG경영과 더불어 녹색금융공사가 설립돼 더 효율적이고 든든한 뒷받침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