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값 ‘이베이코리아’ 몸 사린 롯데쇼핑, 신성장동력 모색해 생존길 모색
이커머스 시장, 네이버·쿠팡·신세계 3강 재편 …롯데쇼핑, ‘롯데 ON살리기’ 주력
강희태 유통BU장 “M&A 행보 이어갈 것…온라인상 '복합 쇼핑몰 플랫폼' 시사”
롯데 온 안정화 이후 행보…여성쇼핑몰·티몬 인수 등 ‘버티컬커머스’ 카드 만지작

(왼쪽부터) 서울 송파구 소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롯데지주사와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그룹 
(왼쪽부터) 서울 송파구 소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롯데지주사와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그룹 

[뉴스워치= 김주경 기자]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하기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인수 조건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실패한 롯데가 차별화된 ‘플랜B’ 전략으로 반격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측은 당분간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을 재정비해 사업의 내실을 다져 실탄을 장착한 다음 신성장동력을 모색해 생존의 길을 찾겠다는 목표다.

다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영영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롯데쇼핑 이커머스(e커머스) 사업부장인 나영호 대표가 어떤 성과를 이뤄낼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향후 롯데의 이커머스 행보다. 

롯데쇼핑이 비록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전통 유통강자라는 입지가 탄탄한 만큼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유통업계 중론이다. 우선 롯데 측은 당분간 이커머스 사업 전략을 수정해 롯데온 살리기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간 부침을 겪은 이후 새롭게 변신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 (사진=롯데쇼핑)
지난 1년 간 부침을 겪은 이후 새롭게 변신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 (사진=롯데쇼핑)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7개 롯데 유통BU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야심차게 선보이는 등 이커머스 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러나 롯데온은 아직 이커머스(e커머스)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상황이다.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7조1000억원) 대비 7% 성장한 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1분기에는 4.3% 성장에 그쳤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지난해 21%가량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받아들인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롯데는 그룹 통합 온라인 몰인 롯데온(ON)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자산 유동화 작업에 꾸준히 나서고 있으며, 최근 롯데물산에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매각해 8000억원 실탄을 마련하는 등 현재 약 3조4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사업부문)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 (사진=롯데지주)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사업부문)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 (사진=롯데지주)

이에 업계에서는 롯데가 롯데온 안정화를 이뤄낸 다음 수순은 버티컬 커머스(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쇼핑몰) 여러 개 인수해 이커머스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망에 ‘e커머스 M&A 진행결과 공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그로서리를 포함해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여러 카테고리 전문 쇼핑몰을 구축해 이를 서로 연결해주는 온라인상에서 ‘복합 쇼핑 플랫폼’을 구현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중고나라 CI (사진=각사)
롯데쇼핑·중고나라 CI (사진=각사)

버티컬 커머스 행보의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함께 지분 95%를 인수한 중고나라다. 아울러 경쟁력 있는 여성 쇼핑몰 등에 투자할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다만 SSG닷컴과 카카오 등 이커머스 사업에 눈독 들이고 있는 경쟁사들이 각각 패션기업인 W컨셉과 지그재그 등 이미 버티컬 커머스를 인수해 패션 부문의 역량을 강화한 만큼, 이 전략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이베이를 포기하는 대신 배달업체 2위 ‘요기요’나  티몬인수 등을 재추진하며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에 롯데는 ‘요기요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은 상황이며, 티몬도 아직  시장에 매물이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쉽사리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나영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부사장 직급). 사진=롯데쇼핑
나영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부사장 직급). 사진=롯데쇼핑

이에 더해 롯데가 이커머스 사업 재정비를 위해 영입한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부사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롯데그룹은 올해 4월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수장으로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선임한 바 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의 핵심 임원인 나영호 e커머스 사업부장을 부사장급으로 대폭 격상해 롯데온 수장으로 과감하게 영입한 것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로 해석될 만큼 변화를 통한 혁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

아울러 롯데온과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린 것도 한 몫 했다.

다만 롯데는 나 대표 영입과 관련 이베이코리아 인수 불발과 무관하게 롯데 유통사업에서 디지털 혁신에 주력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나 대표는 지난 5월 직원들과 랜선 미팅에서 본인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무관하게 영입됐다며 공식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영호 대표 입장에서는 e커머스 사업 정상화를 위해 어떻게든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e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온의 입지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보면 네이버(18%‧거래액 27조원)와 쿠팡(13%‧거래액 22조원)에 이어 이베이코리아가 3위(12%‧거래액 20조원)다.

롯데 이커머스 사업 강화. (사진=롯데지주)
롯데 이커머스 사업 강화. (사진=롯데지주)

여기에다 신세계가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3%·4조원)과 인수한 이베이코리아 거랙을  합치면 신세계 시장점유율은 15%(24조원)로 쿠팡을 제치고  단숨에 2위에 오르게 된다. 반면 롯데온은 7조6000억원에 불과해 쿠팡(22조원), 11번가(10조원) 등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도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나영호 대표는 롯데온 플랫폼을 일부 수정하거나 롯데온 디지털 혁신에 집중해 새로운 묘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롯데온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베이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좌초돼  유통업계 안팎의 시선이 상당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는 e커머스 산업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하루라도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새로운 전략을 내놔야 하는 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홈플러스 등 2군 업체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쿠팡 ·신세계 등으로 재편되는 3강 구도가 펼쳐진다면 경쟁도 이들 사이에서만 펼쳐질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롯데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굉장히 상할 수 있다”면서  “롯데 입장에서는 빠른 시일 내 어떻게 해서든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서 우선은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틈새 시장을 노리는 방안 외에는 현재로서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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