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합의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숨 가쁘게 진행되던 노사정 대화가 이번 주말 중단됐다. 한국노총이 지난 3일 전향적인 안이 나오지 않으면 당분간 노사정 대화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이후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노사정 협상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옥동자를 낳기 위한 마지막 진통인지, 결렬의 전조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협상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만은 분명하다. 노사정은 작년 12월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에 합의하고 올해 3월 말까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 사회안전망 정비 등 3개 우선과제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대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위원장직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으나 결국 시한을 넘겼고, 시한 연장으로 어렵게 살려낸 불씨마저 위태롭게 됐다. 사회적 대타협의 틀 속에서 노동시장의 불합리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국민의 기대가 사그라질 위험에 처한 것이다.

노사정은 대기업 정규직 등 고소득 근로자층의 임금인상 자제를 통한 청년고용 재원 확보, 대·중소기업 상생,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업급여 지원 확대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일정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한다. 팽팽하게 맞서는 부분은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확대, 주 52시간제 단계적 시행 및 특별 추가연장근로 허용,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이다. 경영계는 청년실업 해소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기 위한 의도"라며 '5대 수용불가 사항'으로 지목해 버티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항목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제정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이다. 일반 해고는 경영상 해고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성과가 낮거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합리적 기준과 명확한 절차에 따라 해고할 수 있어야 신규 고용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경영계의 생각이다. 또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근로자에 불이익한 쪽으로 바꿀 경우 노조나 근로자 대표의 집단동의가 필요하지만 예외로 인정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명확하게 규정해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노사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자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노동계는 일반 해고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저성과자'보다는 '괘씸죄' 직원을 퇴출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고용 안정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오·남용의 소지가 크다며 불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노사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3개월이라는 시한이 너무 촉박한 점도 있지만 도달하고자 하는 합의의 크기에 비해 노사정간 신뢰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경영계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일반해고나 취업규칙 문제와 관련해 노동계가 오·남용이나 악용을 이유로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상호 신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사정은 끈질기게 대화해 이번만큼은 최소한의 합의라도 반드시 내놔야 한다. 그 합의에 기초해 신뢰를 쌓아가고 대화를 이어가면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스러운 것은 노사정 어느 쪽도 대화 포기나 결렬을 선언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건설적 발전을 위해 노사정 모두의 분발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