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추모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가 출간됐다.

추모 산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와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가 출간된 적이 있지만 소설집 발간은 처음이다.

산문집·시집 발간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집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문학적 행동'의 연장 선상에서 기획됐다.

소설가 심상대· 전성태·방민호를 비롯해 이평재·이명랑·권영임·김신·손현주·한숙현·김산아·김은 등 1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소설집은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제를 성찰적으로 살필 수 있는 내용까지 포괄했다.

"내가 어른이기 때문이며 부끄러웠기 때문"이라고 창작이유를 밝힌 심상대는 단편 '슬비야 비가 온다'를 통해 친구와 헤어져 십대를 보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은규와 재중은 세월호 참사 탓에 세상을 뜬 슬비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친구들이다. 참사가 있은 지 어느덧 300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단원고 앞 원고잔공원에서 죽은 아이들의 영혼이 나타난다는 풍문이 떠돈다. 은규와 재증은 혹시 슬비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희망에 그곳을 찾아간다.

소설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인 슬비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 그녀를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반면, 전성태의 '가족 버스'는 어머니의 장례라는 내밀한 아픔을 통해 세월호의 비극을 환기한다.

시인이자 교사인 '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중이다. 발인과 화장을 거쳐 장지로 향한다. '엄마'를 보내며 나는 힘겨웠던 시절을 떠올린다. 남편과 이혼했고, 우울증에 빠졌으며 그런 개인적인 고통 탓에 치매에 빠진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슬픔과 구분키 어려운 죄책감이 장례가 진행될수록 차오를 즈음, 딸 지민과 조문온 딸의 친구 소현과 자영은 장례를 마치고 나서 진도 팽목항에 가겠다고 말한다. 대학에 간 후에 가보라는 '나'의 말에 지민은 말한다.

"눈 가려서 우리를 보호하려고 하지 마. 지금 참으라고 하면 다음이 돼도 참고 살 거야. 참고, 참고, 참는 그런 어른이 되고 말 거야."

이평재의 '위험한 아이의 인사법'은 세월호 참사 때 살아남은 아이가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노경실의 '누가 내 나무를 어디로 옮겨 심었는가'와 손현주의 '청거북을 타는 아이'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황폐한 내면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작가들은 공동 후기를 통해 "길고 고통스러운 한 해였건만 어느새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잊게 하려는 힘과 잊지 않으려는 힘이 맞부딪치는 계절"이라며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증언할 것이다. 남길 것이다. 이것이 우리 글쓰는 사람들의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은 세월호 1주기 추모 낭독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유족회에 소설집을 기증할 계획이다. 판매 수익금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증언하며 기록하는 사업에 사용된다.

예옥. 41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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