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국회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운명은 CJ 손경식 회장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전경련 탈퇴원을 제출하면서 이제 전경련의 운명은 풍전등화이다.

4개 그룹이 내는 회비가 전체 77%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 대기업의 탈퇴는 전경련에게는 치명타와 마찬가지다.

오는 24일 전경련은 정기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차기 회장을 추대하지 못한다면 전경련은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마지막 카드로 떠오른 인물이 바로 손경식 CJ 회장이다. 손경식 회장은 故 이명철 전 삼성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의 처남이면서 CJ 이재현 그룹 회장의 외삼촌으로 지난 2005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8년 가까이 지난 인물이다.

CJ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경련 회장으로 거론된 것은 맞는데 아직 공식 요청은 없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요청이 오면 신중하게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이고, 고사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 CJ 관계자의 전언이다.

즉, 손경식 회장이 고민 중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CJ가 박근혜정부와의 악연이 너무 강하게 있고, 이것을 처리하는 것만 해도 벅차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재판이 있었다. 이 자리에 조영석 CJ 부사장 등이 출석해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증언을 했다. 조영석 부사장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기업이 청와대,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하면 거부하기 매우 어렵다고 항변했다.

조영석 부사장은 CJ가 좌파 기업으로 지목돼 국세청 조사 등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재단 출연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 작용됐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안종범 전 수석 측 변호인은 미르재단이 잘됐으면 CJ도 혜택이 돌아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CJ와 박근혜정부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지난 2012년 9월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로 인해 CJ 수난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또한 SNL 코리아 ‘여의도 텔레토비’ 등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당시 대선 캠프에서 상당히 불쾌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박근혜정권이 들어서면서 대기업 사정 1순위로 CJ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결국 2013년 5월 21일 CJ그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그해 7월 1일 이재현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그 이후 3년 동안 투병생활과 재판을 이어가게 됐다.

여기에 조원동 경제수석은 이미경 부회장에게 물러나라고 압박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끝내 2014년 10월 건강상 이유로 경영 일선에 물러나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손경식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재현 회장은 생사기로에 서있었고 지난해 8월 광복절 사면을 받게 됐다. 하지만 광복절 사면 이후 최순실씨 국정농단이 드러나면서 광복절 사면의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한 것 아니냐라면서 피해자가 어느 순간 수혜자로 둔갑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정부와의 악연은 CJ그룹의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면서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경영위원회를 만들어 비상경영에 나섰다. 집단경영 체제는 결국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빈자리를 느끼게 만들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은 지난해 CJ헬로비전-SK텔레콤 합병이 공정위 불허로 무산된 것이다.

CJ그룹은 박근혜정권 내내 악연에 악연을 거듭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았지만 악연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CJ그룹은 이 회장 사면 후 연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시작으로 그룹 분위기를 추스르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재도약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검 기한 연장이 될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지만 만약 특검 기한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대기업 수사는 검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검찰에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한 수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법정에서 조영석 부사장은 CJ는 청와대의 압박에 의해 출연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재현 회장의 광복절 특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경식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는다는 것은 손경식 회장으로서 상당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전경련 회장을 맡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그로 인해 잃어버릴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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