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어기선 기자] CJ CGV가 8일 CGV여의도에서 ‘2017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열고 최근 정체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국영화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글로벌 시장 확대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포럼에서는 CGV 서정 대표이사의 기조 발표에 이어 CGV 전략기획실장 장용석 부사장의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확장 전략 및 M&A 트렌드’, CGV 리서치센터장 이승원 팀장의 '2016년 영화시장 결산’이라는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CJ CGV 서정 대표이사는 국내 영화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영화시장 상황을 보다 큰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 대표는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영화산업도 이런 추세를 따라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과 체급을 갖춘 국내 문화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 완다그룹이 이미 전 세계에 스크린 1만3천여 개를 확보하고 할리우드 제작사와 스튜디오까지 영화산업 전 영역으로 확장을 꾀하는 등 전 세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기업 중 가장 활발하게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는 CJ CGV가 지난해 터키 마르스를 인수해 세계 5위 극장 사업자로 거듭났지만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서정 대표는 CJ CGV가 글로벌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국내 영화를 해외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으나 한국영화 산업 내 시각은 여전히 국내에만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 대표는 “2015년 257편이었던 한국영화 개봉편수는 2016년 337편으로 늘었고, 수입영화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 영화 개봉 편수는 같은 기간 1203편에서 1573편까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6년 한국영화 개봉편수가 110편, 해외영화까지 포함한 전체 영화 개봉편수가 351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사이 각각 3배 가량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매주 개봉 편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영화들의 순환주기는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대표는 “지금 한국영화산업은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의 단순 시장으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의 시장을 확대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산업 전체가 국내가 아닌 글로벌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치열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할 때”라며 “CGV가 한국영화의 글로벌화를 위한 플랫폼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한국 영화 콘텐츠 역시 글로벌을 염두에 둔 치열한 고민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CGV 전략기획실 장용석 부사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의 생존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장 부사장은 ‘M&A를 통한 초대형화’, ‘글로벌 수직통합 기반 시장 지배력 강화’, 그리고 ‘이종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밸류 체인(Value Chain) 확보’를 글로벌 M&A 3대 키워드로 선정했다.

우선 기업들의 M&A를 통한 대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장 부사장은 “특히 중국 미디어 그룹들은 자국 및 아시아권 내 M&A에서 벗어나 북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빠르게 성장 중에 있다”고 예시했다.

그 대표 주자로 완다그룹을 들었다. 완다그룹은 미국 AMC를 시작으로 미국 카마이크, 유럽 1위 사업자 오데온&UCI, 호주의 1위 사업자 호이츠, 북유럽 1위 노르딕 시네마 등을 인수하며 1만3천개(2016년 3분기 기준)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완다그룹은 이어 지난해 할리우드 대형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픽쳐스를 사들였고, 공개적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추가 인수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장 부사장은 이어 글로벌 기업들의 수직통합 전략 역시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미디어 사업자 등장과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 강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을 놓고 보면 컴캐스트는 NBC를, 버라이즌은 AOL, 야후를 확보했다. 미국 이동통신업체 2위인 AT&T와 미디어업계 3위인 타임워너의 결합도 코앞이다. 중국에서는 완다그룹이 수직통합의 모범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은 플랫폼과 콘텐츠 모두를 확보함으로써 더욱 빠른 확장을 가능케 하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이종산업 결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간의 결합을 넘어, 글로벌 IT 기업들의 본격적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텐센트, 알리바바는 M&A를 통해 북미 시장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고, 미국 IT 대기업인 애플, 아마존, 구글 역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본격화 하면서 넷플렉스, 바이어컴 등의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CGV 전략기획실장 장용석 부사장은 “영화를 포함한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이제는 국내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으로 세계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며,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확장 전략을 참고해 문화공룡 미국과 중국에 맞설 글로벌 문화기업을 육성하는 것만이 K-컬처의 확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CGV리서치센터장 이승원 팀장은 ''2016년 영화시장 리뷰’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45세 이상 중장년층(이하 ‘중장년층’)이 매년 꾸준히 증가해 가며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원 팀장은 “2007년 5.3%에 불과했던 중장년층 비중이 2010년에는 10.1%를 넘고, 2016년에는 20.3%를 차지하게 되면서 핵심 관객층으로 부상하게 됐다”며, “2016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부산행’의 경우, 전체 관람객 중 중장년층이 20.9%를 차지하면서 천만 관객 동원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CGV 회원 기준으로 중장년층의 1년 영화 관람 횟수는 5.05회로, 국내 평균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은 물론 1회 평균 발권수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팀장은 “중장년층은 영화를 선택할 때 전체 연령대 대비 평점, 입소문, 감독, 영화 순위 등에 민감하다”며 “SNS에 많은 영향을 받는 요즘 세대와 달리, 중장년층은 TV 광고와 영화 소개 프로그램, 포털 등 전통 매체에서 영화 정보를 습득한다”고 분석했다.

이승원 팀장은 이어 지난해 영화시장에서 ‘키즈 패밀리’(Kids Family)의 성장에 주목했다. 키즈 패밀리는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부모를 뜻하는 것으로, 35세~44세 고객 중 청소년 또는 청소년과 성인 티켓을 구매한 고객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키즈 패밀리 발권은 2012년 대비 2016년 약 41% 증가했다. 2016년 전체 티켓수 대비 키즈 패밀리는 10.5% 차지하고 1회 극장 방문 시 발권 수는 2.8장에 달한다.

이 팀장은 “키즈 패밀리의 부모는 중장년층으로, 아이들은 영화 새내기로 넘어갈 중요한 순간이기에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새로운 트렌드로 ‘N차 관람’과 ‘몰아보기’를 선정했다. 이 팀장은 “작년 한해 동일 영화를 3회 이상 관람한 CGV 관객수는 약 5만 8천명으로, CGV의 N차 관람객 평균 관람 횟수는 3.52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2회 이상 관람한 CGV 고객수 역시 약 50만명으로, 작년 한해 하루에 9편까지 본 관객도 나왔다”고 밝혔다.

이승원 CGV리서치센터 팀장은 “국내 영화 산업을 이끌고 가는 주요 세대는 여전히 2030이다. 그러나 45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점차 비중이 높아지며 핵심층으로 대두됐다”며 “지난해 키즈 패밀리, N차 관람, 몰아보기 등 새로운 관객 트렌드가 나타나면서 영화 마케팅 차원에서 이들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