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얼마전 동창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 한 동창이 울며불며 하소연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미약품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인 지난 13일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총 3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발단은 9월 29일과 30일 하루 차이로 중대한 기술계약 성사와 해지공시를 잇달아 냈다.

한미약품은 9월 29일 장마감 후인 오후 4시 50분 미국 제넨텍에 1조원 상당의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체결 공시를 냈다.

그리고 24시간이 되지 않은 30일 오전 9시 29분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폐암신약 ‘올부티닙(국내 제품명 올리타정)’ 개발권한이 반환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주식시장 개장 후 공시하는 바람에 미처 준비기회를 갖지 못한 투자자들로부터 불만을 샀고 검찰수사로 이어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는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이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총 45명의 혐의자를 적발, 이중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황모 상무(48)와 법무팀 직원 김모씨(31)·박모씨(30)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보령제약 법무팀 김모 이사(52)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을 약식 기소했으며, 2차 정보수령자 25명은 금융위원회에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황 상무는 올해 9월말쯤 보령제약 김 이사 등 지인들에게 한미약품 호재·악재정보를 알려줘 한미약품 주식을 매매하게 해 4억 9천여만원의 손실을 회피하게 한 혐의다. 황씨는 이를 통해 35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김씨와 박씨 등 한미사이언스 직원들은 지난 9월29일 한미약품의 계약파기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동료직원과 지인 등에게 정보를 전달한 혐의다. 김씨와 지인들은 1억여원의 손실을 회피했으며, 박씨 등은 2억 1천여만원의 손실을 피했다.

검찰은 지난 7월말쯤부터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의 내부 직원간 메신저에서 한미약품 계약파기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하고, 9월 28일쯤부터 법무팀 등 업무담당자들이 동료 및 지인에게 악재정보를 전파하고 보유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팀 직원으로부터 정보를 수령한 5차 정보수령자가 인터넷 포털 주식커뮤니티에 ‘내일 계약파기 예정’ 취지의 글을 게시해 카카오톡 메신저 등으로 정보가 퍼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통해 내부정보 이용자로 확인된 이는 45명으로 총 부당이득액은 ‘33억원’ 상당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45명이 33억원이라는 손실을 회피하는 동안 개미투자자인 동창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 동창은 피눈물이 흘린다는 말을 느꼈다면서 한미약품의 부도덕성에 대해 성토를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9월30일 항암신약 개발 계약 해지에 관한 공시를 둘러싸고 혼란이 야기된 데 대해 한미약품을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과 주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임직원들이 이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유출과 이용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회사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저희 한미약품은 내부 통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런 사과문이 과연 동창과 같은 개미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식거래를 하다보면 손실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의 부도덕성에 의한 손실이 입혀졌을 때 그 피눈물을 과연 누가 닦아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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