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국회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을 지금의 삼성으로 이끌어온 영욕의 역사와 함께 했던 조직이다. 이에 미래전략실을 폐지한다고 선언한 것은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2010년 말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오너 직속 조직이다. 삼성 오너가 계열사를 관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컨트롤타워이다.

일종의 비서실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로 출발한 조직이 이건희 회장 재임기간 구조조정본부(1998∼2006), 전략기획실(2006∼2008)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래전략실이 지금의 위상으로 커나갈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이다. 계열사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면서 지금의 위상을 갖췄다.

오너가 비전을 제시하면 미래전략실에서 그 비전을 구체화시키고 목표와 전략을 짠다. 그리고 그것을 계열사에 넘겨주면 계열사는 그 방향으로 경영을 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전략실은 사실상 그룹 내 최고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전략실은 전략 1·2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커뮤니케이션팀, 준법경영팀, 금융지원팀 등 8개팀으로 15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원은 대개 삼성전자 소속이지만 다른 계열사에서도 파견 형태로 차출된다. 삼성그룹 임직원은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는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임원 승진을 위한 필수코스이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에 대한 해체 요구는 계속 이어져왔다. 2008년 6월 삼성특검 당시에도 잠시 해체가 됐지만 2년 5개월만에 재조직됐다.

그런 조직이 이제 또 다시 해체에 직면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말 지원 개입은 물론 갤럭시노트7 사태의 책임으로 인해 해체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께서 지난 2008년 4월 22일 소위 ‘삼성 치욕의 날’에 약속하신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겠다’,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고 세금납부 후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두 가지 약속 모두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 주변에 직언을 안하는 간신배들이 많아 대통령이 어렵게 됐는데, 제가 보기엔 (이재용 부회장도) 똑같은 것 같다. 주위에 계신 미래전략실 분들을 쓴소리 할 수 있는 분들로 쓰고, 미래전략실은 해체해야 한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아버님 약속을 이재용 부회장이 실천하라. 어떻게 하겠나”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재용 부회장은 “오늘 여러 의원님들의 질타도 있었고, 미래전략실에 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 국민 여러분과 의원 여러분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답변했다.

사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예고된 수순이다. 왜냐하면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된다면 미래전략실은 자연스럽게 해체되거나 삼성전자로 이관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합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미래전략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오히려 자리를 잡아준거라고 생각한다”며 “지주회사로 가기 위해서는 미래전략실이 필요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지금 당장 해체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삼성그룹 안팎에 닥친 위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태이고, 지주회사 전환도 있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는 국민들 앞에 선언했기 때문에 곧 해체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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