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號의 닻이 올랐다. 삼성전자가 발화 사고로 인한 갤럭시노트7 반종 사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전자 분사와 주주 배당 강화 요구, 스타트업 문화 혁신 과제 등 각종 파도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27일 삼성전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했다.

이날 임시주주총회의 안건은 제1호 의안으로 프린팅솔루션 사업분할계획서 승인과 제2호 의안으로 사내이사 이재용 선입의 건이 다뤄졌다.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부선사업 재정비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V-NAND, OLED 등 부품사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시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IT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프린팅솔루션 사업 분할 안건에 대해 “그동안 핵심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사업 조정을 지속 추진해 왔으며, 이번 매각 결정도 같은 목적”이라면서 “앞으로도 사업구조를 더욱 경쟁력 있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ㅇ르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1월 1일자로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를 신설하는 절차를 거쳐, 1년 이내에 지분 100%와 해외자산을 미국 HP I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주주들의 박수로 승인했다. 등기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삼성전자 새 이사회의 사내 이사진 즉 등기이사는 이재용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 유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4명으로 구성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각 부문을 조율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법적 책임을 지는 최고경영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역할을 줄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해소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갤럭시노트7으로 추락된 삼성의 이미지를 어떤 방식으로 회복시키느냐는 것이다.

금전적 손실은 7조원이지만 더 큰 문제는 브랜드의 추락이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 상실에서 비롯된다. 전량 리콜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사용했지만 새로 교환된 새로운 제품에서 발화 문제가 또 다시 제기되면서 결국 단종이라는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가장 큰 관건은 내년초 출시될 갤럭시S8의 성패 여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위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 다른 문제는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삼성은 이미 화학, 방위산업 매각에 이어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등 비주력사업에 대한 정리 작업이 한창이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과 생산(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4조원을 투입했다. 인공지능(AI) 기술개발을 위해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 개발자들이 설립한 비브랩스도 인수했다.

지난 7월 전장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에 5천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그룹(FCA)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신수종 사업 개발은 초기 단계이다. 따라서 삼성으로서는 앞으로도 헤쳐 나가야 할 문제가 상당히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와 퍼스트 무버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 혹은 기업을 의미한다. 반대로 퍼스트 무버가 만든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 가격·품질면에서 이를 개선한 제품을 내놓는 전략이나 기업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라 한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전략은 패스트 팔로어였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전선에 나서면서 퍼스트 무버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갤럭시노트7이 바로 그런 퍼스트 무버를 대변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퍼스트 무버가 나온 제품을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애플의 아이폰이 침체기를 거치면서 삼성전자는 퍼스트 무버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퍼스트 무버로서 삼성전자가 내놓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브랜드 가치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제품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가치가 상당한 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아직도 그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다소 낮은 편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뿐만 아니라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옮기면서 경영전략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건희 회장 시대의 인물들을 과연 어떤 대우를 해줄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들어섰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 시대의 인물이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 시대의 인물을 무조건 숙청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이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 이제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넘어가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미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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