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른네번째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다. 어김없이 전국의 학교들이 축하행사를 갖고 스승의 날 노래가 울려 퍼졌다. 여기저기서 기념식이 열려 공로패·감사패 수여 등 시상도 줄을 이었다.

스승은 은혜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사제간의 정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야 마땅한 날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나온 한 여론조사는 우리나라의 슬픈 교육현장을 대변한다.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존경받고 있다’는 대답은 단 9%였다.

한국교총이 유치원과 초·중·고·대학 교원 2028명을 상대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는 ‘본인과 동료 교사의 사기가 최근 1∼2년 새 떨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75%나 됐다. 붕괴되는 공교육 시스템과 입시 위주의 사교육 광풍, 오로지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교육 현실이 빚어낸 쓰디쓴 산물이다.

‘3대가 공덕을 쌓아야 교사 며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교사라는 직업은 인기가 높다. 그 이유가 신성한 교직이라는 자긍심 때문이 아니라 정년을 보장받고 연금까지 보너스로 얻는 안정적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미래세대를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교사가 그렇지 못한 교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은 자명하다.

스승이 스승다움은 교사 스스로가 자존감을 높이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스승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내 아이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만연한 한 공동체사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이런 독선과 이기주의가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킨 근본원인이다.

참스승의 부재를 탓하기보다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이것이 스승의 날을 의미 있게 맞는 태도다. 단언컨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이 무색해진 사회에서 백년대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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