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초(楚)나라 때 충신 굴원(屈原)은 청렴결백하고 일을 잘 했지만 이를 시기하는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벼슬에서 쫓겨난다.

어느 날 강을 거닐며 자신이 지은 어부사(漁父辭)를 읊고 있던 그를 알아본 어부가 그 이유를 묻자, 굴원은 “擧世皆濁 我獨法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취 아독성 시이견방)”이라 말했다.

‘세상이 모두 탁한데 나 혼자 맑고, 모든 사람들이 취했는데 나 혼자 깨어있어 밀려났다’는 뜻인데 시공을 뛰어넘은 시계 2015년, 일을 잘하다가도 속절없이 일터에서 쫓겨나는 대한민국의 민생 현주소를 대변하는 듯해 씁쓸하다.

현대중공업과 SK, KB국민은행 등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대대적인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 들어 최근까지 명예퇴직 등 대규모 인력 감축이 단행되는 등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모양새다.

청년층의 고용절벽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40, 50대의 무더기 감원이 이뤄지면서 노동 환경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는 느낌이다.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양상은 조선, 철강, 정유, 금융, 정보통신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데다 대기업 중심으로 지나치게 큰 규모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인력 줄이기에 나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밀려난 이들은 대부분 자영업에 몰리고 있으나 창업현장은 냉혹하기 짝이 없다. 중장년층의 무경험 창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몸과 마음은 병드는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한때 중산층이었던 이들이 한 순간에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실직은 개인이 일자리를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제 전반의 활력을 갉아먹을뿐더러 사회 여러 부문에서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한다. 사회적 비용이 드는 병리현상이 잇따르게 마련이다. 최근 잇따른 일가족 동반자살도 가장들의 오랜 실직에서 비롯된 심각한 경제난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갈수록 어렵다는 점이다. 취업을 못한 아들과 직장을 잃은 아버지가 한 가족인 경우도 다반사다. 대증적으로 대처하기에는 고용시장의 실상이 무척 암울하기만 하다. 노·사·정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대승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일찌기 순자는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군자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라고 설파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민생이 고달파지면 신망을 잃은 기업이나, 대한민국호나 다 전복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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