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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문화와 다문화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소위 강남역사건의 범인이 얼마 전 실형을 선고받았다. 강남역 사건은 여성에게 공포심을 주었고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 논쟁을 촉발시켰다. 지금 한국엔 여성혐오, 다문화 혐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자주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닐진대 왜 이렇게 혐오라는 말이 전국을 들썩이게 하는가?

혐오는 싫어하고 아주 미워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인종차별을 들 수 있다. 토머스 F. 고셋은 미국인종차별사라는 책에서 미국에서 진행된 인종이론 논쟁이 어떻게 인종차별에 동원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미국 사회에서 종교적, 과학적 사상으로 인종차별이론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인종 간의 차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공동체 구성을 지향하기보다는 권력, 지식, 종교 같은 다양한 요소를 동원해 이런저런 정당성을 부여해 가면서 인종차별을 이론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차별의 정당성에 대한 근거마련을 위해 흑인과 백인의 두개골을 아무리 수집하고 비교하여도 인종차별의 근거를 찾을 수 없었던 일부 인종 혐오자들의 지난한 노력은 안타까울 정도이다.

혐오는 객관적 증거에 의한 과학적 사유가 아닌 지극히 주관적이고 심리적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일부 백인이 백인의 우월한 지위와 부의 독점을 차지하기 위하여 시도하고 합리화하였던 인종차별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범죄행위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경제 단위를 이루며 전 지구화가 진행되었지만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한국이라는 땅을 빈부격차와 경쟁중심의 세상으로 만들었다. 나와 다른 것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할 다양성과 차이에 대해 포용력은 점점 사라지고 이주민, 여성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용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사라지는 이 사회의 사회적 기회박탈은 온갖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끝없이 스펙을 쌓아야 하지만 4년제 대졸자의 3분의 1이 실업자인 세상, 고용의 4%만 담당하고 이익의 60%를 차지하는 대기업, 그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직원, 비정규직과의 소득격차와 고용불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매체에 범람하는 극히 일부계층의 호화스러운 삶에 대한 동경, tv 곳곳에 넘쳐나는 음악, 요리 등등의 경쟁 프로그램. 우리 청년들은 사교육을 통해 실력을 배양하고 정작 학업과 우정의 장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는 경쟁만이 남는 고통스러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런 세상에서 자신의 지위와 부를 지키기 위한 일탈이 혐오문화이다.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현실이 낳은 산물이다. 전 지구적인 신자유주의의 결과다. 경쟁이 일상화되고 냉혹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갈수록 힘들고 피곤하여진 탓이다.

우리는 200만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혐오는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인 등의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진다. 다문화시대에 이주민에 향하는 혐오는 걱정되는 대목이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의 경험에서 우리는 이주민 혐오가 얼마나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경제를 후퇴시키는지를 잘 보았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어떤 이유로도 억압당하거나 차별받아선 안 된다. 소수자라는, 여성이라는,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이 폄하되어서는 아니 된다. 우리의 삶을 궁핍하게 하는 것은 양극화이다. 양극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삶에 무기력해질 때 우리는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본질을 왜곡하게 된다. 양극화의 문제를 바로 알고 혐오의 함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자에게 혐오보다 이해와 배려를, 경쟁과 부의 독식을 부추기는 세력에겐 분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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