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이정우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해체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전경련은 산업발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많은 칭송을 낳았던 기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찬밥 덩어리로 전락한 모습이다.

전경련은 5.16 쿠데타 이후 ‘경제재건 촉진회’를 기반으로 한다. 쿠데타 직후 경제인들이 부정축재자 처벌을 피해 발족한 단체가 ‘경제재건 촉진회’였다. 그 이후 전경련이 탄생했는데 故 삼성 이병철 회장이 주도로 발족됐다.

전경련은 외국자본 유치·수출자유지역 조성 등을 정부에 건의했고, 대규모 국책사업에 전경련 소속 기업이 참여하면서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비록 민간단체이지만 산업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경련은 철저하게 회원사의 사비로 운영되는 단체이다. 그러다보니 안을 들여다볼 방도가 없다. 정부 관련 기관이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거나, 기업이라면 공시 등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전경련은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국정감사도 안되고, 공시 등으로 들여다볼 수도 없다.

따라서 전경련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도가 사실상 없다. 매년 5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집행하지만 이사회와 총회 등을 거치면 외부 감사 없이 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전경련은 그동안 대기업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군사정부 시절부터 시작해서 정경유착이라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어쨌든 대기업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해왔다. 그러다보니 산업발전의 선봉장에서 그 기여한 바가 상당히 컸다.

군사정부 시절에는 대규모 국책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때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회원사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해왔다.

문제는 군사정부가 종식된 이후 공정거래가 화두가 되면서 이런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또한 군사정부 이후 대규모 외국 자본 유치 등이 사라지면서 전경련의 활동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 굳이 전경련을 통해서 자신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만한 것은 점차 축소됐다.

물론 법인세 인상 반대 등 대기업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기업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시대는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전경련은 점차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대변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정경유착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전경련으로서는 대기업의 목소리를 정부에게 전달해주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도 정부의 목소리를 대기업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됐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처럼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혜택은 없어졌지만 어쨌든 대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대기업으로서는 전경련의 존재 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기업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시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0~2011년 회장이 공석이면서 사업 내용은 부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까지는 대기업 계열사 출자총액 및 순환출자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반대 등 대기업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해왔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201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창조경제’가 1순위 과제로 올랐다. 1순위 과제라고 하면 주로 대기업과 관련된 1순위 과제가 돼야 하는데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 1순위 과제로 올랐다는 것은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주기 보다는 정부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단체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순위 과제를 순환출자금지 폐지 등을 걸었다면 대기업 이익을 대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1순위로 올리면서 사실상 정부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단체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초 ‘어버이연합’ 논란과 하반기에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경련 해체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17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벌인 결과 전경련이 설립목적에 맞게 활동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21.4%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64.7%로 3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1961년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표방하며 설립됐다.

연구소는 또 ‘전경련 해체론’에 관해서는 ‘해체 찬성’ 의견이 37.7%이고 ‘해체 반대’ 의견이 37.4%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연령별로 보면 30~50대가 전경련 해체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고, 60대 이상과 19~29살은 반대하는 비율이 높았다. 학력과 소득계층별로는 대졸이상과 고소득계층에서 해체 찬성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73명은 지난 16일 전경련 해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전형적인 정경 유착으로 인식, 전경련이 사법당국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동시에 조속히 자진 해산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민병우 의원은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일명 ‘전경련법’을 발의했다.

우선 ‘비영리법인의 설립·운영 및 감독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기로 하였다. 법안의 골자는 비영리 법인의 회계 투명성과 사업보고 의무화 그리고 기업으로부터의 강제 모금과 같은 부적절한 행위를 할 시, 주무부처가 해산을 명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재벌·대기업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통제하여 공공복리를 지키게 하고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전경련과 같은 이익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일부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탈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전경련 해체 요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자진 해산 아니면 방법이 없다.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해산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결국 회원사들의 탈퇴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런 의미 때문인지 세종문화회관이 최근 전경련 탈퇴 작업에 착수했다. 물론 세종문화회관의 탈퇴가 다른 대기업의 탈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지만 여론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전경련 탈퇴는 대기업 회원사들의 결단만 남은 것으로 판단된다. 대기업 회원사들이 전경련이 아직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계속 명맥을 유지할 것이고, 이제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면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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