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갤럭시 노트 7의 발화 사례가 전세계에서 속속 발견되면서 대규모 리콜을 벌였다. 하지만 리콜된 제품 역시 발화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결국 전세계 판매와 교환을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11일 웹사이트 뉴스룸에 올린 발표문을 통해 갤런시 노트7의 교환품에 대한 판매와 교환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한국국가기술표준원 등 관계 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환품에 대한 발화에 대해서는 정밀 검사가 진행 중에 있지만 삼성전자로서는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모든 글로벌 유통·판매 파트너들에게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갤럭시 노트7의 판매와 교환을 중단하기로 요청한 것이다.

갤럭시 노트7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타제품으로의 교환과 환불 등 판매 중단에 따른 후속 조치에 대해서 이른 시간 내에 세부 내용을 결정해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이날부터 갤럭시노트7을 판매하지 않는다.

앞서 미국의 4대 통신사인 버라이즌,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은 전날(현지시간)까지 갤럭시노트7 판매와 교환을 자체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물량을 담당하는 베트남 공장을 포함해 갤럭시노트7의 생산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그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처음에는 일체형 배터리 결함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서 교환품에는 공급처를 바꿔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에도 발화 사고가 잇따르면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설계 오류 등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탈착형 배터리를 사용해왔는데 갤럭시 S6와 갤럭시노트5부터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리고 갤럭시노트7은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전작 3000mAh에서 3500mAh로 대거 확대했고, 고속충전과 무선충전도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배터리 구조, 두께, 리튬 함유량 등에 따라 폭발력과 발화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걸맞게 설계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급속충전에 주목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배터리 충전 시간이 4시간 정도 걸린다면 갤럭시 노트7의 충전시간은 20분이면 완료된다. 하지만 급속충전은 결국 배터리에 무리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정부가 나서서 조사에 착수를 했다. 이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두고 봐야 할 문제이지만 자칫하면 갤럭시 노트7의 단종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단종 결정이 내려질 경우 ‘갤럭시 노트’라는 브랜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전세계인들이 ‘갤럭시 노트’라는 브랜드가 ‘발화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내리꽂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 노트7의 결함으로 인한 대규모 리콜 및 환불 사태에 대해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다소 타격은 있더라도 큰 타격은 있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 10월 발생한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건이 떠올리고 있다. 당시 도요타는 일부 차량에서 가속페달 결함이 발생하자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다.

물론 이는 미국 수출용 차량이었다. 하지만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리콜 파문이 확산되면서 도요타의 이미지가 상당히 손상됐다. 다만 도요타의 경우 제품 하자를 빨리 인정하고 공식 사과와 리콜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보상을 완료했다.

때문에 자동차 시장 세계 1위의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도 역시 마찬가지로 이번 리콜 사태에서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 남은 것은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신뢰도를 회복한 것처럼 삼성전자도 국제사회에서 신뢰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다른 경쟁자들은 ‘갤럭시 노트’라는 브랜드를 두고 마케팅에 활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게 되면 과연 ‘갤럭시 노트’라는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도 문제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종 여부에 대해서는 일단 조사를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라고 언급하면서 갤럭시 브랜드 교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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