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SSG닷컴 광고 영상 캡쳐

[뉴스워치=주서영 기자] 아재(아저씨의 속된 말)하면 떠오르는 것이 낡고 재미없는 남자인 것이 옛날이 대세였다면 최근 아재의 컨셉은 ‘비록 나이는 있지만 유쾌하고, 소통을 할 줄 아는 남자로 묘사되고 있다.

사실 ‘아재’라고 하면 접근하기 쉽지 않은 남자쯤으로 여겼지만 요즘 ‘아재’라고 하면 일단 미소부터 떠오르는 것이 현재의 대세이다.

그렇다면 미혼여성들이 생각하는 아재의 기준은 무엇일까.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여성 376명을 대상으로 ‘아재의 기준’을 설문조사한 결과 39세 이상을 아재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가장 아재스런 패션으로는 목깃을 세운 티를 가장 많이 꼽았다. 아울러 아재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추어탕을 떠올렸다.

다시 말하면 39살 이상 목깃을 세운 티를 입고, 추어탕을 먹었다면 당신은 바로 ‘아재’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아재’에 주목하고 있다. ‘아재’가 이제는 더 이상 뒤로 감춰야 하는 단어가 되지 않고 있고, 당당하게 내밀 수 있는 단어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아재’에 세상이 주목하게 된 이유는 바로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남성들이 바로 40대 아재이기 때문이다.

10대는 주로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소비력에 상당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20대 초반에는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사용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력을 확보한다. 20대 후반이 되면 취업활동을 하는데 최근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경제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30대의 경우에는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역시 경제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50대의 경우에는 내집마련이나 자식들 교육 때문에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다.

반면 40대의 경우에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세대이다. 더욱이 최근 40대 아재들 중에는 미혼의 아재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기혼남성이 주로 가정에게 투자를 한다면 이들 미혼남성은 주로 자신에게 투자를 한다.

패션에 관심이 많거나 취미생활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패션이나 미용 혹은 취미생활에 상당한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따라서 패션이나 미용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걸쳐 ‘아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재는 ‘이발소’보다는 미용실을 선호한다. 세안을 할 때에도 비누가 아닌 클렌징 폼을 이용한다. 더욱이 일부 아재는 화장까지 하거나 성형도 한다.

기존 아저씨는 주로 여성(엄마 혹은 애인 혹은 아내)이 골라준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다녔다면 최근 아재는 패션과 미용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스스로 옷을 선택하고 스스로 화장을 하는 등 미용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패션과 미용업계는 아재에 대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즉, 패션과 뷰티업계에서 아재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40~50대 남성고객 상품군별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화장품 9.3%, 향수 11.1%, 해외패션 13.2% 신장했다. 이미 현대백화점은 ‘현대 멘즈관’이라고 남성 전용 매장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역시 지난해 6월 본점 5층에 ‘바버숍(Barbershop)’과 의류매장을 결합한 ‘클럽모나코 맨즈숍’을 오픈했다.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남성고객을 모으기 위해 기획했으며, 남성의류, 잡화, 셰이빙, 머리 용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맞춤 스타일 상담과 이발, 습식면도와 두피나 숙취 해소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클럽모나코×바버숍’을 선보였다. 지난 2월 증축을 통해 기존 남성전문관을 발전시킨 ‘멘즈 살롱’을 열었으며, 남성 패션 제품뿐 아니라 고급 사무용품, 피규어 등 취미생활과 여행에 필요한 제품을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40~50대의 피부, 미용 관련 카드 사용액은 각각 35.3%, 41.7%나 증가했다. 일부는 이마 주름, 처진 눈꺼풀 등을 개선하기 위해 성형외과 시술을 받기도 한다.

한국 남성화장품 시장은 약 10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로 세계 남성화장품 시장의 소비 1위 국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의 성장률은 2012년 13.1%, 2013년 7.5%, 2014년 7.2% 등으로 연 10% 안팎의 성장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 사진출처= 버거킹 광고 영상 캡쳐

방송이나 광고업계도 ‘아재’에 관심을 집중하게 됐다. 한 햄버거 체인점은 ‘새우’가 들어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배우 이정재씨를 모델로 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새우의 ‘새우’와 ‘세우라고’의 ‘세우’ 발음의 유사성에 오는 언어적 유희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한 쇼핑몰 광고는 배우 공유와 공효진씨를 모델로 했다. 공유씨가 신문을 보다말고 “새우가 드라마에 출연했네”라고 하자 공효진씨가 “무슨 드라마죠”라고 물었고, 이에 공유씨가 “대하드라마”하자 다시 공효진씨가 “옛날에는 웃겼는데”라는 식의 언어적 유희를 광고에 담았다.

이는 ‘아재개그’를 컨셉으로 잡은 것이다. 이른바 ‘아재개그’는 ‘부장님 개그’로 통한다. 과거에는 ‘부장님 개그’는 억지로 웃어야 하는 개그였다. 이미 철이 지난 언어적 유희에 바탕을 둔 개그로서 젊은 세대는 이해를 하지 못하는 그런 개그였다.

하지만 이런 언어적 유희 개그는 이미 90년대에는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최불암시리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불암시리즈를 겪은 세대가 이제 부장 자리에 앉으면서 이른바 ‘부장님 개그’가 됐고, 이것이 다시 ‘아재 개그’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아재 개그’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광고에까지 진출을 하게 된 것이다.

방송가에서도 ‘아재’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 출연진에는 젊은 사람이 없다. 40대 이상의 노총각 아들과 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노모(老母)가 출연을 한다.

과연 얼마나 주목도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시청자의 관심을 제대로 받고 있는 방송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 ‘청년 출연진’ 대신 이른바 ‘꽃중년’이 대세다. 청년 출연진은 ‘꽃중년’의 보조 역할을 할 정도이다.

이처럼 방송 프로그램에 아재가 출연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바로 아재 시청자층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0세~49세 1인 가구는 2005년 22만676가구에서 2015년 54만2018가구로 2배 이상 늘었다.

50대 남성 1인가구는 더욱 급격히 증가했다. 2005년 13만537가구에서 2015년 47만7685가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40~50대 1인 가구는 미혼 남성인 경우도 있고, 거리기 아빠 등으로 인해 혼자 사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주로 브라운관을 장악하면서 방송국도 ‘아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는 주로 X세대이니 등등으로 인해 청년층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으로 불러들이거나 리모콘을 장악하고 있는 엄마 세대를 주로 공략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40~50대 1인 남성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브라운관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산업계가 ‘아재’를 주목한 것에 대해 반가운 일이지만 산업계가 마냥 ‘아재’를 주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이들은 현재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고 있지만 곧 은퇴세대가 된다. 은퇴세대가 되면 이들은 돌봄이 필요한 대상이 된다.

또한 현재 청년층은 실업과 비정규직에 시달리기 때문에 40~50대가 됐을 때 현재의 아재만큼 소비력을 갖추기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산업계에 ‘아재’는 돌봄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금방 식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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