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얼마전 칭다오와 베이징, 옌타이를 돌아오는 길에 재미있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간정방권(簡政放權, 행정을 간소하게 하고 권한을 놓는다는 뜻)’ 다시 말해 정부 규제개혁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하나는 석간 옌타이만보(煙台晩報)에 실린 기사였다. 중국의 한 지방정부에서 노인들에게 양로보조금을 주면서 ‘건재(健在)증명’을 떼오라고 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건재증명이란 보조금 수령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밝히는 증명.

중국은 호구제도가 있어서 사람이 실제로 다른 데서 살고 있어도 보조금 수령 등 모든 일은 호구가 올라 있는 곳에서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본인이 신분증을 가지고 가면 별 문제가 없지만, 본인이 가지 못할 경우 수령대상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곳곳을 돌며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칭다오에서 발행되는 석간신문 치루완바오(齊魯晩報)에 실린 기사였다. ‘어머니가 어머니인 것을 증명하라니 천하가 웃을 일’이라는 게 이 기사의 제목.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규제개혁을 논의하는 국무원상무회의에서 이 말을 했다면서 신문은 내용을 소개했다.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서류에 있는 ‘긴급연락인’ 난에 자기 어머니 이름을 썼다고 해요. 그런데 관련기관에서 ‘네 엄마가 네 엄마인 것을 증명하는 자료를 덧붙이라’고 했다는 거예요.”

회의석상에 일순 웃음이 쏟아진 가운데 리커창 총리는 말을 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증명합니까? 천하가 웃을 일 아닌가요. 좀 쉬어보겠다고 해외로 여행을 나가려는 사람들한테 이런 요구를 하다니! 이게 국민들을 책임지는 태도입니까 아니면 고의로 국민들을 못살게 구는 것입니까?”

리커창 총리는 이어서 또 하나의 사례를 소개했다. 하이난성에서 어떤 사람이 전국모범근로자 선정에 응모하려고 신청서류를 만들어 관련기관의 도장을 받는데, 며칠을 돌아도 도장을 다 받지 못했다. 결국 성 최고간부의 특별지시 끝에 마지막 도장까지 받아낸 그는 도장을 다 받자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정부기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안하면서, 하지 않아야 할 일에 ‘손을 길게 뻗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한다.리 총리는 이날 중국 역사의 예를 들면서 “행정이 간소하게 이뤄질 때 백성들은 편안하게 지냈다”면서 “이때를 나중에 태평성대라고 평가한다”고 했다는 것. 그는 또 “세계 역사에서 나오는 개혁은 번잡한 것을 없애고 간단하게 하는 산번취간(刪繁就簡)이었다”면서 정부기관들이 개혁한다고 말로 빈 대포만 쏘아서는 안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간정방권(簡政放權)'과 '산번취간'은 중국 정부만 애쓰는 일이아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다. 자칫 정부가 말로 빈대포만 쏘면서 우물쭈물하고 있다가는 규제개혁에 있어서도 언제 중국한테 추월 당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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