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환경·세대별 맞춤·상생금융 지원
정부 압박 후 크게 달라진 규모에 자발적·내실화 향상 지적도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올해 4월까지 사회공헌 활동 지원액이 총 3236억원으로 집계됐다.=연합뉴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올해 4월까지 사회공헌 활동 지원액이 총 3236억원으로 집계됐다.=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4대 은행의 올해 사회공헌 규모가 남다르다. 이미 전년도 사회공헌 활동 지원액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은행별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갑자기 불어난 규모에 금융당국의 압박과 이자장사, 성과급 파티에 대한 비판에 등떠밀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2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사회 공헌 활동 지원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4대 은행 사회공헌 활동 지원액은 총 3236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 1108억원, 하나 817억원, 신한 772억원, 우리 539억원 순이다.

22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사회 공헌 활동 지원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김희곤 의원실
22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사회 공헌 활동 지원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김희곤 의원실

고무적인 점은 올해 4개월분 지원액이 지난해 총 지원액인 6136억원의 52.7% 수준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 공공성을 강조한 후 은행들이 잇따라 상생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추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익 가운데 3분의 1은 주주에게 환원하고, 3분의 1은 성과급으로 준다면 나머지 3분의 1은 국민과 금융소비자 몫이다"며 성과급 대비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바다. 

당시 여론 역시 싸늘했다. 금리가 올라가 서민 압박이 심해진 마당에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졌다. 이에 은행권이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고 3년간 10조원을 내놓겠다고 했다.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지만 '더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집중도가 높아졌고,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다양해지고 빈도수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 4대 은행 사회공헌 활동, 환경·세대별 맞춤·상생금융 등 다양

최근의 활동을 위주로 보자면 4대 은행들은 업무 특성에 맞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상생금융에 초점을 맞추는가 하면 환경, 소외계층, 청소년 교육, 시니어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은행권 특성상 지주사인 금융그룹의 ESG 경영과 발맞춘 활동이 많지만 은행 이름을 걸고 진행되는 활동 위주로 살폈다. 

은행권 사회공헌 선두주자로 꼽히는 KB국민은행은 이름값처럼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책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문화나눔 활동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 'KB작은 도서관' 일환으로 지난 18일 경남 김해시청과 작은도서관 조성 업무협약을 맺었다. 2월에는 청소년 성장 맞춤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KB Dream Wave(드림 웨이브) 2030' 연계 기부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KB금융 전 계열사가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 추진 전략과 꿀벌 살리기 프로젝트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공헌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부산 광안리에서 플로깅 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서울숲 'K-Bee 도시양봉장' 2호도 개장했다. 

중소·중견 기업의 ESG 평가를 지원하는 'KB ESG 자가진단 서비스'를 통해  ESG 우수기업에 우대금리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ESG 경영이 필요한 기업에는 ESG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벤처·청년 기업, 일자리 창출 지원 관련 대출상품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2011년부터 개최중인 'KB 굿잡 취업박람회'로 약 2만3000여건의 일자리를 연결하고 7만2000여건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로 지난 3일 '17회 국가지속가능 ESG 컨퍼런스 시상식'에서 '국가 ESG 사회공헌 브랜드상'을 1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금융의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일류 은행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ESG 상생 프로젝트'로 사회공헌을 추진 중이다. 환경, 상생금융 활성화, 세대별 맞춤지원 등 방식도 다양하다. 

환경 분야에서 가장 최근 활동으로는 여행과 함께 방문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볼런투어', 산불로 황폐해진 지역 일대를 반려견들이 씨앗 주머니를 매달고 뛰며 씨앗을 뿌르는 '산타독 봉사활동' 등을 꼽을 수 있다. 

세대별 맞춤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고령층 고객 디지털 교육 지원 및 재활용 PC기증을 위해 사회적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 시니어 고객 금융교육에 활용한다. 또 안전한 어린이집 조성을 위해 보육환경 개선사업을 협약하고 5년간 33억20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밖에 청년·스타트업 지원, 문화·예술을 통한 ESG 경영 실천, 상생금융 상품·서비스·채널 협업 등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상생금융 측면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무료 법률 및 금융 지원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도 상생을 위한 ESG 차원에서 상품 출시 및 업무협약 등 사회공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금융상품인 '우리 ESG 실천 협력기업 상생대출'을 통해 ESG 경영 우수협력기업의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금융지원과 ESG 두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소외계층을 챙기는 사업도 있다. 노후 PC를 재활용해 디지털 소외계층에 무상으로 보급하는 사업이다. 지난 4월 장애인 IT고용협회와 계약을 맺고 3년간 5000대 가량 PC를 기부하기로 한 우리은행은 이 PC들을 저소득층 장애인,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 등 정보화 소외계층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면에서는 지난 4월 임직원 가족들과 함께 한 '노을공원 숲 조성', 비대면 걷기 캠페인 '온(溫)-워킹' 등을 꼽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지주가 이끄는 ESG 경영의 큰 틀 안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어린이집 100호 건립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80곳까지 진행된 상태로 내년 말까지 100호가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지주 추진 하에 영유아 전용 수유실 및 임산부 휴게실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하나은행 야탑역금융센터에 1호 맘케어 센터가 조성됐으며, 향후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상생금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서민경제의 고통을 분담하고 은행의 수익 환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사장님 희망드림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그 일환인 '도소매업자 이자 캐시백(Cashback)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경기침체 및 소비둔화로 인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 도소매업자와 상생금융을 도모하고 있다.

'청년내일저축계좌'로는 청년들과 상생을 꾀하고 있다.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를 위한 금융 신상품 '하나 아이키움 적금'과 안정적인 주거 지원을 위한 '다자녀가구 대출금리 감면' 등 저출산 문제의 고민을 담은 다자녀 우대금융상품도 있다.

이렇듯 은행들은 각 사마다 특색있는 프로젝트, 사회 전반적인 상생금융 프로그램 등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및 금융당국 눈치 보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들이 그간 꾸준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긴 했지만 갑자기 그 규모가 확대된 데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에 따른 사회공헌지원금액 비율을 살펴보면 비판이 나올만하다. 

■ 정부 지적에 사회공헌지원액 급증, 자발적·주도적 사회공헌 필요

지난 4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3조586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7% 늘었다. 하지만 2021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순이익에도 사회공헌지원금액 합계는 6% 수준인 7821억원이었다. 2018년 8.2%, 2019년 9.2%, 2020년 9.5%, 2021년 8.1%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치다. 

서민금융지원 실적 비율도 미미했다. 은행 사회공헌 사업은 크게 서민금융, 지역사회·공익, 학술·교육, 메세나·체육, 환경, 글로벌 등 6개 분야로 나뉘는데 은행이라는 업권 특성을 고려하면 서민금융이 가장 주된 사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서 은행별 당기순이익 기준 서민금융지원 실적비율을 보면 우리은행 3.4%(929억원), KB국민은행 3.0%(860억원), 신한은행 2.3%(632억원), 하나은행 1.5%(437억원) 정도였다. 이에 따라 내실화 있는 사회공헌이 이뤄지지 않고 서민금융지원에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김희곤 의원실이 밝힌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및 올해 4월까지 서민금융지원비율 =김희곤 의원실
22일 김희곤 의원실이 밝힌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및 올해 4월까지 서민금융지원비율 =김희곤 의원실

그런데 국회 및 금융당국 등의 지적 이후 은행들의 사회공헌금액이 크게 늘었고, 서민금융지원비율도 향상됐다. 김희곤 의원 자료에서 서민금융 지원 비율은 올해 평균 69.2%로 전년(46.2%) 대비 23.0%포인트 급증했는데 신한이 76%로 가장 높았고 우리 75.4%, 국민 71.2%, 하나 54.1% 순이다.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은행들이 적극 호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평가다. 

어찌보면 은행들이 사회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했다고 볼 수 있지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함께 수반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의 최근 사회공헌 지원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사회공헌단체 관계자는 "은행들의 최근 공헌 활동으로 봤을 때 특색 있고 개성 있게 추진해나가는 점도 있지만 현실적인 방안보다는 이벤트성이 짙은 사회공헌 활동도 적지 않다"며 "예를 들어 금융소외계층에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듯 경제적 소외계층에게는 생계를 위한 물품이 시급하다. 환경 문제로 보면 플로깅 행사 이런 것도 좋지만 연간·분기별 행사가 아니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가 구성돼야 한다. 저출산 역시 다자녀·어린이 상품이나 금리 혜택보다는 출산과 교육이 이어질 수 있도록 케어 센터나 돌봄 시설이 더 현실적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 실질적 도움에 있어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은행 등 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ESG를 내걸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사회공헌비용을 책정하고 소진한 뒤 할일 했다고 홍보하기보다는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방안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은행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 를 구성해 은행의 공공성을 종합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 개발을 추진중이다. 일례로 'ESG 금융추진단'이 ESG와 관련한 금융 분야의 다양한 정책 과제를 점검하고 있으며,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 강화를 위해 관련 공시 활성화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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