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AI 도입 및 활용
AI 도입에 따른 리스크 대응 필요…활용 저해 않는 선에서 규제해야

금융권 AI 도입 및 활용이 갈수록 활성화되는 추세다.=연합뉴스
금융권 AI 도입 및 활용이 갈수록 활성화되는 추세다.=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산업의 인공지능 대응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AI(인공지능) 리스크에 대한 규율을 어떻게 확립해나갈 것인가가 이날 세미나의 주제였다. AI 리스크 규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국내 금융산업에 AI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말과 같다. 이미 금융 전반에 AI가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보다 안정적인 활성화를 위한 규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굴지 금융사들은 너도나도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더 넓고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AI 활용으로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어서다. 

■ 은행도 보험사도…금융권 AI 도입 활발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계열은 은행권이다. 은행들은 신용평가 대출심사, 보이스피싱 등 범죄방지, 자산관리, 콜센터·민원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활용 중에 있다. 

2021년 금융권 최초로 AI은행원을 선보였던 신한은행은 AI 범위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대표 금융사다. 109개 영업점에서 148여개 AI뱅커를 활용 중이다. 디지털 데스크에서 AI뱅커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증명서 발급, 통장 개설, 예금담보대출까지 50여가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또 모바일뱅킹 신한 쏠(SOL)에 'AI 음성뱅킹' 서비스도 도입했다. 업무내용 음성 지시를 통해 안내부터 상품 설명, 이체까지 450개 업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AI 이상행동 탐지 자동화기기(ATM)는 범죄 예방에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연령대별 고객의 거래유형을 학습해 ATM에서의 전화 통화, 모자 착용 등 이상행동을 탐지하고, 이상이 있을 시 ATM 화면에 경고 메시지 팝업을 띄워 추가 본인인증을 통해 거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ATM 도입 후 사고접수는 67%, 사고계좌는 38% 줄었다.

신한은행 이상행동 탐지 자동화기기 관련 영상(위). 하나은행 AI콜봇 서비스=신한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이상행동 탐지 자동화기기 관련 영상(위). 하나은행 AI콜봇 서비스=신한은행, 하나은행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AI 음성기반으로 금융 상담을 할 수 있는  AI콜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의 전화문의 요청사항을 신속하게 판단해 직접 응대하거나 셀프 처리 방법을 제시하고 원스톱으로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음성봇 서비스다. 고객 대기 시간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야간·휴일 등 제한 없이 이용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는 고객 편의를 위한 AI로 적격이다. 

하나은행은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객별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는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하이로보'를 내놓는가 하면 지난 4월말에는 퇴직연금 분야에 AI를 적용한 'AI 연금투자 솔루션' 서비스도 오픈했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고객의 연금자산 목표에 맞춰 은퇴 시점까지 개인의 투자계획을 설계해주는 방식인데 AI 도입으로 '초개인화'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비정형 데이터 자산화' 구축 사업에 나섰다. 비정형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자산화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화를 돕고 AI 기반 대화형 고객 상담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활용한다. 그런가 하면 AI자산관리 종합서비스 및 AI 기반 시장예측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고객센터 상담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한 후 AI기술을 활용해 분석하는 '미래컨택센터 FCC STT·TA' 시스템을 주목할 만하다. 해당 시스템은 고객 반응을 확인해 금융상품, 서비스 개선, 데이터 분석 기반의 고객관리를 할 수 있다. 또 'AI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한 결과 보이스피싱 탐지율이 34.3%나 향상되기도 했다.

AI를 영업사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AI 또는 전문가가 펀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케이봇쌤'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5월 초부터 시작했다. 

보험업계의 AI 활용도 늘고 있다. 심사 및 상품판매에 보험사기 식별에도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KB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활용해 도로 통행량, 지형 등 외부 요인을 반영해 사고발생 확률을 산출한다. 또 고객이 대기시간 없이 계약 체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AI의 역할이다. DB손해보험의 경우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고객, 보험거래처, 의료기관, 사고이력, 정비업체, 보험금청구 등 관계 데이터를 학습해 협의자와 공모관계를 파악하고 보험사기를 잡아내는 방식을 도입했다.

캐롯손해보험은 주행습관 등 데이터를 보험상품에 도입했다. 차량 센서를 통해 앞차 간격, 신호 위반, 휴대전화 사용, 차로 이탈, 급가속 횟수, 급제동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했을 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은 할인을 통해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보험사 손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캐롯 플러그에 내장된 각종 센서가 충격을 감지하고 사고 식별 알고리즘을 작동해 중대 사고 발생으로 확인될 경우 캐롯 고객 센터로 즉시 정보를 전달, 고객 연락 및 긴급 출동 등의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AI사고케어'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자동차보험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활용하는 KB손해보험(위), 캐롯손해보험의 'AI사고케어' =KB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자동차보험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활용하는 KB손해보험(위), 캐롯손해보험의 'AI사고케어' =KB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증권사에서도 리서치 보고서를 요약 설명해주는 등 AI를 도입해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AI 도입을 통해 금융사는 업무 효율성 향상 및 축적 데이터를 통한 정교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또 AI 기술 발전으로 입출금 내역 등 정형데이터를 비롯해 콜센터나 서류를 통한 비정형 데이터 등이 수집되고 이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을 응대하는 AI를 통해 개개인에 맞춘 보다 세밀한 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이탈을 줄일 수 있다. 또 AI 자동화를 통해 업무 효율이 극대화되고 고객에 더 빠른 피드백이 가능해진다"며 "금융사로서도 기존의 많은 문서들을 대신하는 AI를 통해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 변화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와 기대에 기반해 국내 금융분야 인공지능 시장규모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신용정보원이 발간한 '금융 AI 시장 전망과 활용 현황 : 은행권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인공지능(AI) 시장은 연평균 38.2% 성장해 2026년 3조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 나아가 금융혁신을 위해 AI 활용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 제 39차 전체회의에서는 AI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 및 중국 등에 뒤처지고 있다며 연구 개발 및 인재육성에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들이 나왔다.

당시 강연자로 나선 김선주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금융산업 분야에서는 개인화 서비스, 고객 대응 등에 AI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퀀트(계량분석)에서 파생상품 가치 평가, 금융시장 위험도 측정, 시장 움직임 예측 등의 모델링을 통해 금융 혁신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산업위원장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도 "금융은 미래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므로 기술과 규제의 트렌드를 앞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금융권 AI 확대에 규율 규제 필요성 대두

이렇듯 금융업계에서 AI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기에 더 늦기전에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기술 발전은 급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금융사도 디지털화, 비대면 강화,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 AI 도입이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을 시 해결 방법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사는 업무 처리의 정확성과 투명성이 생명이고,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AI 도입으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이 리스크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AI모델이 내놓은 결과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시 그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논할 것인지 그 영역이 모호하다. 따라서 AI 활용도를 무작정 넓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AI가 파고들 수 있는 영역을 어디까지로 둘 것인지, AI 활용에 따른 신뢰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AI에 대한 규율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앞으로 마련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17일 진행된 '금융산업의 AI 대응전략 세미나'=금융위원회
17일 진행된 '금융산업의 AI 대응전략 세미나'=금융위원회

17일 진행된 '금융산업의 AI 대응전략 세미나'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AI 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제도와 규제가 금융권의 AI 활용을 저해하지 않도록 지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금융산업의 AI 활용과 정책과제' 주제 발제를 통해 "AI의 정의는 불명확하므로 단순히 AI에 일률적으로 규제를 설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금융시스템과 금융소비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에 국한해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옥일진 우리은행 디지털전략그룹 부행장은 금융사의 특성을 언급하며 AI 리스크와 기술 발전의 균형을 잘 맞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은 정확하고 믿을 수 있고 정보 보호가 가능하다는 게 핵심 속성"이라며 이같은 속성에 맞춰 "생성형 AI 기술 특성과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 금융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것이냐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생성형 AI를 통해 금융사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금융사·기술사들이 협업을 통해 이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금융권의 AI 활용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제도와 규제를 마련해나가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결국 금융사가 성장하고 글로벌 금융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AI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면서도 AI 개발과 도입 단계서부터 각 AI모델에 맞는 규율과 리스크 대응책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금융사와 금융당국 앞에 놓인 과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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