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박선지 기자]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인간이 달리는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려 달린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달리는 사람도 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려 달리기도 한다.

5월 9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저마다의 목표를 가슴에 품은 휠체어마라토너 1794명이 레이스를 펼친다. 제23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각오를 들었다.

먼저 2011년과 2013년 풀마라톤(42.195km) 우승자인 스위스의 마르셀 훅(Marcel Hug, 28)과 2010년·2012년 우승자인 일본의 호키노우에 코타(Hokinoue Kota, 40) 두 선수 간의 라이벌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대회인 2013년 간발의 차로 마르셀 훅이 우승한 만큼 이번 대회도 접전이 예상된다.

마르셀 훅은 “이번 대회 목표는 우승”이라며 “지난번에 이어 개인 기록을 새로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각축전이 예상되는 호키노우에 코타도 마찬가지로 우승을 향해 달린다. 그러나 현재 그의 페이스는 100%가 아니다. 4월 26일 런던마라톤대회에서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 후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물리치료에 집중하며 트레이닝을 했기에 경기에 지장은 없지만 100% 전력을 다 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그럼에도 그는 “서울 코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천천히 페이스 조절을 하며 끝까지 우승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선수들도 기대감을 높인다. 한국 휠체어육상의 간판스타 홍석만(40)과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기학(44)의 레이스도 주목받고 있다.

홍석만은 제20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1시간 27분 4초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지난 대회에서는 국내 선수 가운데 2위(전체 10)위를 차지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홍석만은 “열심히 달려 좋은 경기 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휠체어육상에서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이기학은 홍석만과 함께 지난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400m 계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에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는 생애 처음 출전한 마라톤이자 2007년 국내 1위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인연이 있는 대회다. 이기학은 “올해는 예년보다 더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선수가 출전하는 만큼 국내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풀마라톤 선수 중 유일하게 의무분류 T52로 중증장애인인 이봉준(52)과 국내 첫 여성 휠체어마라토너 김수민(29)의 레이스도 눈여겨 볼만하다. 김수민은 “지난 대회엔 완주가 목표였지만 이번 대회는 기록 단축이 목표”라면서 “2년 동안 발전한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그밖에 완주를 향한 질주를 시작한 풀마라톤 신예 윤현제(27)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각오로 출전을 결심했다”며 “완주해서 인생의 제2막을 열겠다”고 말했다.

하프마라톤의 경우 홍석만, 이기학과 함께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400m 계주 동메달을 획득한 또 다른 주인공 유병훈(43)이 출격한다. 그는 “최선을 다해 달려 우승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한편 하프마라톤에 함께 출전하는 신예 이우찬(19)을 향한 격려도 빼놓지 않았다. “미래의 휠체어육상스타가 될 재목에게 응원을 보내달라”고 밝혔다.

그밖에 휠체어생활체육 선수들의 5km 경쟁, 홍보대사 이훈과 함께 달리는 어울림코스와 올해 추가된 핸드사이클 하프(21.0975km) 종목 선수들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축하공연으로는 홍보대사 타히티가 재능기부를 준비했다.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계기는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하나다. 좋은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번 대회는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대한장애인육상연맹,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가 공동주최하고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대한장애인체육회, KBS 한국방송이 후원하며 신한금융그룹이 협찬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