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 진입 문턱, 디지털 교육 뒷받침 필요성↑
키오스크와 은행앱, 사용법 몰라 노인 불편함 발생
개인정보 도용 및 거짓 투자 아이템 노인피해 속출

[편집자 주]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소식이 이슈의 중심일까? 워낙 많은 소식들이 전해지다 보니 화제의 중심에 선 이슈가 궁금해진다. <뉴스워치>에서는 기획으로 [똑똑 키워드] 코너를 마련했다. [똑똑 키워드]에서는 한 주의 화제 이슈를 키워드로 정해 살펴봄으로써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봤다.

노인들은 키오스크 음식 주문을 비롯한 간편한 서비스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은 지난해 키오스크 활용교육을 받는 노인들의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노인들은 키오스크 음식 주문을 비롯한 간편한 서비스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은 지난해 키오스크 활용교육을 받는 노인들의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정호 기자] AI(인공지능), 모빌리티, 서빙 로봇 등 IT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고령인구는 IT 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디지털 문맹(약자)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인들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과 경험 부족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된 '2022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22년 7월 기준 65살 이상 고령 인구는 전년 대비 5.2%(44만7000명) 늘어난 90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감안하면 2025년 고령 인구가 20.6%까지 높아져 한국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초고령 사회 속에서 디지털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인층의 디지털 문맹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에서는 디지털 문맹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을 확대하고 있지만, 급속도로 늘어가는 노인 인구 문제로 전문적인 디지털 교육기관과 교육비용의 확대 필요성이 지적 받고 있다. 케이스탯컨설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 '디지털 격차로 인한 노인의 인권상황 실태조사'는 디지털 중심의 온라인 활동 보편화로 병원·은행·식당 등에서 노인의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 문제로 노인들이 디지털 활용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계속 의존하게 돼 자존감이 하락과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는 노인들이 사회 자체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인이 디지털 문맹이 되는 이유는 IT 기술 지식과 사용법을 모르거나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관련 기술을 접할 기회도 부족하다. 실제로 노인들은 키오스크를 통한 음식 주문이나, 은행앱을 통한 간편한 서비스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IT기술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따르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가 생긴다는 얘기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민간 분야 키오스크는 2019년 8587대에서 2021년까지 2만6574대로 늘어났다고 집계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은행)의 점포 15%가 2년 만에 사라졌다. 지난해 9월 말 은행지점과 출장소는 3072개로 2020년 동기 대비 544개 줄었다. 반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는 2억704만명으로 전년 대비 8.5% 많아졌다.

키오스크와 은행앱 등은 실제로 디지털 문맹 문제를 사회 표면으로 떠오르게 했다. 2020년 9월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키오스크 사용 관찰 조사'에서는 버스터미널 키오스크 이용 시 70대 이상 노인 약 60%가 표를 구매하지 못했다. 패스트푸드 키오스크는 5명이 모두 주문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노인들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복잡한 단계 51.4% ▲뒷사람 눈치 49% ▲그림·글씨가 뚜렷이 보이지 않음 44.1% 등으로 나타났다.

은행지점을 두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21년에는 신한은행 서울 월계동지점의 폐점 계획 발표로 지역주민들이 시위를 하며 반발했다. 노인층을 배제한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원인은 이 지점을 직원 3명(창구직원 2명, 커시어지1명)이 상주하는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이 사례와 같이 은행들은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를 축소하기 위해 은행점포를 줄이고 은행앱 등을 개선하지만, 노인들의 이용 편의성을 낮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통계청 '노년층의 금융거래 불편함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보고서에 따르면 노년층 70%가 은행지점 방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의 한 사례로 배우자·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 원격조정 앱을 설치하게 한 뒤 자산을 빼돌리는 방법이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픽사베이
보이스피싱의 한 사례로 배우자·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 원격조정 앱을 설치하게 한 뒤 자산을 빼돌리는 방법이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픽사베이

디지털 문맹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것은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개인정보 유출과 거짓·과장된 투자상품의 사례다. 개인정보는 사회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허술한 보안 체계로 인한 개인정보는 보이스피싱과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 보이스피싱의 한 사례로 배우자·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 원격조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게 한 뒤, 자산을 빼돌리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접수된 지인 사칭 메신저 피싱으로 인해 지난 2021년 168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는 60대(37%)로 나타났다.

불확실한 금융상품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TV 광고를 앞세워 중장년층, 주부 등 투자자를 모집하는 모 그룹에 대한 사기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그룹은 NFT(대체불가토큰) 등을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홍보해 투자자를 유치해 왔다. 이 그룹은 '폰지사기' 의혹을 제기 받고 있다. 폰지사기는 이윤 창출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여러 차례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 배당금을 돌려막는 다단계 금융 사기 수법을 뜻한다. 폰지사기 업체 여러곳은 최근 노년층을 대상으로 생소한 메타버스, NFT를 내세워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해 부당이득을 취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과 피해 사례들은 디지털 문맹 문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높인다. 각종 지자체는 디지털 문맹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KT를 비롯한 기업과 키오스크 스마트폰 사용 교육 등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디지털 격차로 인한 노인의 인권상황 실태조사는 "노인을 위한 디지털 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문맹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는 ▲키오스크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 접근성을 좁히는 가이드라인 ▲모바일 웹과 앱, 영상콘텐츠 제작 기준 준수 ▲개인정보 활용 시 보안 사항 준수 등을 더붙였다.

이처럼 디지털 문맹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기업들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과 IT업계들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게 된 배경이다. 하나은행은▲금융취약계층 배려 서비스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 및 편의성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등 시스템을 확충해나가고 있다. 하나은행은 고령층에 대한 존중과 배려 차원에서 지난 2017년부터 ‘행복동행금융창구’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 ‘시니어 전문 금융상담사’를 배치해 고령 금융소비자들의 특성에 맞춰 알기 쉬운 용어로 상담 안내를 실시하고 있다. 

IT기업들은 디지털 문맹을 위한 서비스와 지역사회 서비스를  도입했다. SKT는 ARS 메뉴를 스마트폰에서 보여주는 ‘보이는 ARS’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 상담 이용 서비스 편의성을 높였다. 동시에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상담 목적을 예측해 고객 별 맞춤 상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지역마다 IT서포터즈를 통해 디지털 문맹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하며  문제 해소를 돕고 있다. 

한편 초거대 AI가 향후 IT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챗봇인 애스크업(AskUP) 향후 AI가 도입될 사용처를 물어본 결과 ▲고객 상담 및 서비스 지원 ▲교육 및 훈련 ▲상품 추천 및 마케팅 ▲의료 분야 등을 제시했다. AskUP이 제시한 디지털 문맹 해결을 위한 대안은 ▲간단하고 직관적인 UI/UX 제공 ▲음성 인식 기능 제공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제공 ▲전문가 지원 등이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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