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난 11월 17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은 지난 1993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30년째 실시되었다. 이번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791명이 줄어든 508,030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재학생은 지난해보다 10,471명 줄어든 350,239명이었는데, 졸업생은 지난해보다 7,469명이 늘어난 142,303명이었고 검정고시 합격자 등 기타 지원자는 15,488명이었다. 응시자 3분의 1명에 가까운 31.1%가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이었는데 이는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높아진 정시 비중과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욕망이 졸업생의 재도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요즘 수능의 모습을 보고 이제 수능의 소임은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능을 잘 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가슴을 졸이고 경쟁에 뛰어든다. 학원에서 공부 하고 학교에서 내신을 쌓고 수능으로 마무리를 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종종 나오던 ‘학교 수업만 열심히 하면 되더라’라는 이야기는 들어보기가 힘들어졌다. 이렇게 수능의, 수능에 의한, 수능을 위한 수업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학교 공동체는 사라지게 되었다. 인생의 소중한 추억 저장고인 학교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자신의 아이가 수업을 못 따라가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잘 못 가르쳐서는 더더욱 아니다. 입시 때문이다. 학교성적을 잘 받아야 수시전형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학교 내신은 상대평가이므로 다른 학생과의 경쟁이다. 선행학습을 통해 다른 학생보다 우위에 서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학부모는 사교육의 부담을 감수하고 자신의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

선생님들은 상대평가를 하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낸다. 소위 킬러 문항들이 출제되고 이러한 문제들은 학원에 다닐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교과과정의 이해도를 알아보기 위한 게 아니라 오로지 평가를 위한 문항이다. 수능도 킬러 문항을 출제한다. 대학에서 학생을 선별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일정 등급이 안 나오는 과목은 과감하게 포기한다. 영포자, 수포자 등이 속출하고 우리 교육은 과감하게 이 학생들을 포기한다. 입시와 관계없는 과목은 푸대접을 받고 결국 학교 교육은 설 자리를 잃는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오전 7시부터 8시 10분까지 전국 1,370곳의 시험장에 입실해야 하며 시험장마다 2명의 경찰관이 배치됐다. 시험지 관리에 대한 경비도 삼엄하고 항공기 이·착륙 연장, 공무원 출근 시간 조정, 각종 이동수단의 비상 동원 등 전국은 수능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게다가 시험 외에 논술, 면접 등 다양한 제도는 일반 학부모들이 대비하기 벅차다. 해서 전문성을 갖춘 사교육 기관에 다시 기대야 한다. 봉사활동이나 기타 실적, 스펙쌓기도 문제다. 수능 시스템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또 돈이 든다.

1969년 ‘대학입학 예비고사’가 시행되다 1982년 ‘대학입학 학력고사’로 명칭이 바뀌었고 1993년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다. 첫 수능부터 1996년까지의 만점은 200점이었고 97년부터 2004년까지는 400점 만점으로 치러졌다. 2005년부터 언어, 수리, 외국어 각각 100점 만점에 탐구영역 4과목 50점씩을 합쳐 500점이 되었고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와 한문이 추가되다. 이렇게 제도를 바꾸고 또 세부사항을 조정했지만,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대학입시는 정시와 수시로 구분되어 있는데 2004년 56%였던 정시 전형은 2022년 22%까지 줄었다. 객관적인 평가 중심의 시험제도에서 다면적인 인재 발굴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이다. 수능은 학생을 서열화하고 대학을 서열화하였다. 지방대학도, 과거의 명문 지방대학도 어려워졌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아무래도 더는 수능에 한국의 교육을 걸기는 어려워졌다고 생각된다. 입시는 대학에 맡기자. 사람은 모두 귀하고 소중하다. 수능은 인생의 행복을 보증하지 못하고 졸업 후 친구들을 만나면 삶의 만족도와 성적 사이의 함수관계는 그리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지나친 경쟁 속에 청춘을 낭비하는 일은 그만두고 명문대학 진학보다 진정한 자신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수능은 인제 그만 폐지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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