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노랗고 빨간 단풍이 거리와 공원을 물들이는 10월은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라는 게 눈으로도 피부로도 느껴집니다. 따뜻한 겉옷이라도 걸치지 않으면 춥게 느껴지는 가을날 밤하늘에 밝고 둥근 달이 떴습니다. 한강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만큼은 아니어도 가을의 정취는 뭐니 뭐니 해도 보름달이 아닐까 합니다.

그림 박서하
그림 박서하

1년 중 달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중추절의 「십오야(十五夜)」도 지났는데 무슨 달 타령이라고요? 지난주 유난히 달이 아름답다고 느끼시지 않으셨나요? 바로 1년 중 달이 두 번째로 아름답다는 「십삼야(十三夜)」가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십삼야(十三夜), 처음 들어보시죠? 십오야는 중국에서 전해진 풍습이지만, 십삼야(十三夜)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쥬산야(十三夜, じゅうさんや)라고 합니다. 십오야(十五夜)는 음력 8월 15일 밤으로 9월 10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십삼야(十三夜)는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음력 9월 13일부터 14일의 밤을 말합니다. 올해의 ‘십삼야’는 10월 8일과 9일이었습니다.

초승달(新月)이 보름달(満月)이 되는 주기는 약 15일로 음력에서는 초승달(新月)이 되는 날이 매달 1일이 됩니다. 그러니까 보름달이 되는 십오야(十五夜)는 매달 찾아오는 거지만, 음력 8월, 중추(中秋)절의 보름달이 일 년 중 가장 밝고, 그다음으로 밝은 달은 약 한 달 뒤인 음력 9월 13일부터 14일이라 일본에서는 그날을 십삼야(十三夜)로 정해 지내고 있습니다.

십오야에도 십삼야에도 일본인들은 ‘달구경(お月見, つきみ)’이라는 의미의 하얀 쌀로 만든 떡, ‘츠키미단고(月見団子)’를 준비합니다. 4.5cm 정도 크기의 동그란 단고(団子) 만드는데, 탁구공처럼 동그랗게 만들지 않고 살짝 눌러서 만듭니다. 동그란 모양의 단고는 죽은 이의 머리맡에 두는 마쿠라단고(枕だんご)이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이 시기에 재배되는 밤이나 콩, 햇과일(旬の果物), 채소를 공물로 바치고 억새(ススキ)로 장식합니다.

억새는 가늘고 길고 일자로 곧게 뻗어있지만, 끝은 까칠까칠한 톱날같이 생겼습니다. 일본인들은 날카로운 톱날이 나쁜 기운을 잘라버리는 액막이가 되어 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갈대보다 더 가늘지만, 속이 텅 비어있지 않은 억새의 줄기에 신이 머문다고 생각해 억새를 신을 대신하는 존재, 요리시로(依り代, よりしろ)로 숭배해 왔습니다. 십삼야의 밤, 억새로 대변된 신의 대리자가 지켜낸 쌀로 달의 신의 모습을 만들어 신게 바쳐서 감사드리는 겁니다.

십삼야(十三夜)에도 십오야(十三夜)와 거의 비슷한 공물을 신께 바치는데, 단 ‘츠키미단고(月見団子)’는 13개를 준비하여 첫째 단에 단고(団子) 9개, 두 번째 단에는 단고 4개를 담습니다. 이 햅쌀로 빚은 ‘츠키미단고(月見団子)’로 올 농사도 풍요로운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밝고 아름다운 달을 감상합니다.

십오야나 십삼야라는 명칭은 달이 가득 차고 작아지는 달의 모양에 근거한 것입니다. 농경 문화권에 있는 중국, 한국, 일본은 물을 지배하는 달을 숭배했습니다. 우리에게도 뒷동산에 올라가 달의 신이 뜨기를 기다렸다가 달님께 소원을 비는 달맞이 풍습이 있었지만, 그런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달구경(츠키미, 月見)에 관한 문화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십오야와 십삼야가 다가오면 마트에는 포장지에 토끼가 방아 찧는 그림이나 보름달이 새겨진 ‘츠키미단고(月見団子)’, ‘츠키미단고(月見団子)’모양의 빵과 과자들이 판매됩니다. 일본에서는 계란후라이로 츠키미(月見)를 나타내는데 수란 모양의 계란을 넣은 우동을 츠키미우동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십오야와 십삼야에는 햄버거 가게도 계란후라이를 넣은 츠키미버거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올 9월 8일부터 10월 하순까지 일본 맥도날드(マクドナルド)는 츠키미버거(月見バーガー)를 판매한다고 하네요. 다음 보름에는 집에서 츠키미버거를 만들어 남은 2022년도 무탈하기를 빌어볼까 합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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