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난 9월 22일 포털사이트에 등장한 한 기사의 제목을 보고 필자는 마음이 참담해짐을 느꼈다. 한국의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보도이다. ‘xx’, ‘쪽팔려’란 문구를 사용하여 미국의 의회와 대통령을 깎아내렸다는 이야기인데, 그 대화는 한국인끼리 나눈 사적인 환담이었고, 이를 촬영한 사람은 한국 기자였으며 그 대통령은 외국의 정상들과 만나 한국의 국익을 위해 외교사절의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국익은 국민의 이익으로 언론의 자유보다 중요하며,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언론의 자유를 성역이라 생각하여 무조건 보장해야만 한다면 가령 과거 일제강점기의 친일 언론을 우리가 비난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일국의 정상이 어찌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느냐는 의견부터 그래도 외교 중인데 이런 걸 굳이 기사화해서 대통령의 외교업무를 방해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 사건이 확대되자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미국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대통령 발언에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해명했다. 카메라에 포착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은 중간 부분을 편집한 악의적 방송이라는 취지이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의 공여 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는데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는 것이다.

김 수석은 당시 박 장관이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했는데 박 장관의 이 말은 편집된 채 내용도 왜곡하여 방송했다며 대통령의 음성을 다시 한번 들어보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안 해주고 날리믄(면)'이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소음을 소거한 동영상이 나오고 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러 언론은 나름대로 조사룰 해보았는데 여기서도 구별이 어려웠고, 속기사들도 정확히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인은 미국의 경우 의회라고 하지 국회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필자를 비롯해 대부분 국민은 정확한 워딩을 알지 못한다. 정쟁의 대상이 된 발언에 대해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고 있으며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말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을 근거는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지 정당에 따라, 잡음 섞여 녹음된 말이 다르게 들린다고들 한다. 그래서 알아보니 이러한 현상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이를 ‘몬더그린’ 현상이라고 한단다. <머레이의 잘생긴 백작(The Bonny Earl of Murray)>이라는 스코틀랜드 발라드의 가사 중 "그리고 그를 풀밭에 눕혔네(And laid him on the green)"라는 구절을 "그리고 몬더그린 아가씨(And Lady Mondegreen)"로 잘못 알아들었다고 고백한 미국인 작가 실비아 라이트의 에세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특정한 발음이 본인이 아는 다른 발음처럼 들리는 현상으로 본인이 듣고 싶은 대로, 아는 대로 들리는 현상이다.

대통령이 거대 야당의 예산 승인에 대해 걱정하고 이 과정에 박 장관이 자신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하였다는데, 만약 최초 보도사인 MBC가 일부의 지적처럼 이 부분을 삭제하고 정확한 말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에서, 임의로 자막을 넣어 방송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오로지 정쟁만을 위해 한국과 미국의 갈등을 일으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진실 공방을 빙자한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MBC는 왜 아직도 전체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사석에서 한국인끼리 나눈 말을 놓고 일부 언론과 야당은 왜 이렇게까지 열을 올릴까? 정작 문제 삼지 않겠다며 한미 간 동맹을 강조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정말 부끄럽고 창피하다. 또한 ‘쪽팔린다.’라는 말은 한국의 다른 정치인들도 사용했던 말이다. 검색창에 ‘의원’과 ‘쪽팔려’라는 말을 넣고 오래된 순으로 검색해보니 2002년부터 다양한 정치인이 다양한 장소에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왔다. 욕설에 대해선 너무나 유명한 사례의 주인공이 야당에 국회의원으로 있기도 하다. 남의 말을 역겨워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사실 최근 1일 1 정쟁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여야 간 정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 정말 피곤하다. 여기에 호응하는 국민도 일부 있겠지만, 정치가 너무 혼탁하다며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는 국민도 많다. 그래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는데, 외교업무를 수행하고 국내로 돌아왔을 때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필자가 너무 정치를 모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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